고래가 춤을 춘다
나를 가운데에 두고
고래에 뒤덮여서 나는
보이지도 않는데
고래가 춤을 춘다
가까이 있던 고래가 저 멀리 사라지나 했더니
멀리 있던 고래가 어느새 이만큼 성큼
그러나 곁에서는 분홍색 고래가 맴돌고 맴돌고
맴돌아 사라지나 했더니
또 어떤 고래가 강강술래 강강술래
고래는 나를 둘러싸고
나는 고래에 둘러 싸여서
강강술래
"그만!"
소리 질러도 고래는 강강술래
나를 보고 어떤 고래가 웃는다
나를 보고 어떤 고래가 박수 친다
나를 보고 어떤 고래가 꽹과리 친다
나를 보고 어떤 고래가 꼬르륵 가라앉고
어떤 고래가 소리 지르고 화내고 울고...
그러다가 나는 가만히
멈추어서
가슴에 손을 댄다 '차분하고'
배에 손을 댄다 '침착하게'
양 손바닥을 하늘에 보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손가락을 그러 쥐고는 '나는 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잠시
고래는 보이지 않지
고요히 넘실대는 바다
어둡고 조용한 물 회오리
그 속에서 가만 가만
존재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