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예찬

입술에 닿는 구름, 시나몬 향기에 실린 보드라운 위로

by아까그놈

카푸치노는 '시각'으로 마시고 '촉각'으로 음미하며 '후각'으로 간직하는 커피다. 잔 가득 봉긋하게 솟아오른 우유 거품은 마치 세상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둥글게 감싸 안으려는 의지처럼 보인다.

카푸치노를 마시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잔을 기울여 입술을 우유 거품에 살짝 담글 때다. 뜨거운 액체가 닿기 전, 체온보다 조금 낮은 온도의 보드라운 거품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 촉감은 마치 어린 시절 덮었던 잘 말린 솜이불 같기도 하고, 지친 어깨를 다독이는 다정한 손길 같기도 하다.


이 거품의 장벽은 일상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분리해 주는 완충지대다. 몽글몽글한 거품을 뚫고 마침내 진한 에스프레소가 치고 올라올 때, 우리는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인생의 묘미를 경험한다.


카푸치노 위를 수놓는 시나몬 가루는 이 커피의 화룡점정이다. 어떤 이는 시나몬의 알싸함을 싫어해 빼달라고도 하지만, 카푸치노의 진정한 매력은 그 독특한 향기에 있다.

김을 타고 올라오는 시나몬 향은 묘하게도 우리를 낯선 이국의 광장이나 오래된 도서관의 서가로 데려다준다.


매일 똑같은 사무실 바카라상 앞이라 할지라도, 카푸치노의 시나몬 향을 깊게 들이마시는 순간 우리는 '일상의 여행자'가 된다. 향기로 먼저 떠나는 짧은 여행, 그것이 카푸치노가 우리에게 주는 소박한 사치다.


드라마 속 명장면처럼 입술에 하얀 거품을 묻히는 '카푸치노 키스'를 꿈꾸며 마셔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잔을 내려놓으며 거울을 보고는 흠칫 놀라곤 한다. 코끝까지 묻은 거품이나 이 치아 사이에 낀 시나몬 가루를 발견할 때의 당혹감이란.


하지만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야말로 카푸치노가 주는 해학이다. 너무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가끔은 이렇게 거품 좀 묻히고 살면 어떠냐고 커피는 말해준다.


거품 묻은 입가를 냅킨으로 슥 닦아내며 짓는 멋쩍은 미소 속에서,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잠시 내려놓는다.


카푸치노는 금방 식어버리는 듯하지만, 두툼한 우유 거품 층이 단열재 역할을 해 의외로 잔 속의 온기를 오래 보존한다.


우리의 진심도 이 거품 같았으면 좋겠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의 뜨거운 열정만큼은 쉽게 식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그런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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