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던 연휴의 런치
높다란 천장, 깨끗하게 닦인 커다란 창문으로는
밝은 햇살과 함께 커다란 아름드리나무의 초록이
가득 펼쳐져 있는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청결하고 넓은 부엌에는
말수는 적지만 늘 다정한 아빠가
오늘도 앞치마를 두르고
모두를 위한 요리를 하고 있고,
상냥하고 쾌활하며 품위 있는 엄마는
예쁜 미소로 아빠와 다정히 대화를 나누면서
냉장고에서 신선한 재료를 꺼내 접시를 예쁘게 세팅한다.
딸은 거실 소파에 편하게 걸터앉아 바카라을 읽고 있다가
엄마에게 도와줄 것이 없냐며 읽고 있던 바카라을 테이블에 두고 부엌으로 걸어온다.
아들도 방에서 공부하다가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엄마를 도와 수저와 컵을 챙기려 부엌 수납장의 서랍을 연다.
디저트가 무엇인지 엄마한테 확인한 아들은
누나와 하이 파이브를 한다.
네 사람은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아빠가 간도 보지 않고
척척 만들어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男料理([otokoryouri] 남자요리)를 앞에 두고
환호성을 지르며
"いただきます([itadakimasu] 잘 먹겠습니다)"를 외친다.
맛있는 음식과 알콩달콩 다정한 대화,
그리고 잔잔한 웃음이 흐른다.
연휴를 맞이해 오래간만에
가족이 함께하는 점심의 한 때......
이게 바로 내가 꿈꾸었던 연휴의 런치였다.
그런데,
그런데......
아빠는 앞치마는커녕 반바지에 난닝구를 입고
커다란 솥을 앞에 놓고 이 더운데
부글부글 소면을 끓여대고 있다.
면발에 지극히
쫀쫀한 こだわり([kodawari] 고집)이 있는 아빠는
소면을 삶는 시간, 소면을 냉수에 헹구는 횟수,
게다가 소면이 퍼지지 않도록
얼음에 대한 집착까지 보이는데,
옆에서 만사가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게 지켜보고 있는 엄마는
벌써 먹기도 전에 배부른 표정을 하고 있다.
폰만 보던 딸은 무엇을 검색해 주워 들었는지
소면의 쯔유에 녹차를 집어넣으면 맛있다며
좁아터진 부엌에 들어와서
농축액인 것도 모르고 쯔유를 그릇에 콸콸 부어
소면에 집중하고 있던 아빠를 열받게 한다.
테이블에
소면과 튀김, 젓가락과 물컵이 다 차려질 때까지
방에서 북을 두드리느라
몇 번을 불러도 안 나오던 아들은
열받은 엄마가 방으로 쳐들어가서 등짝을 두드리니
엄살을 떨며 나와
“에게게...... 겨우 소면?" 하는 망언에
또 한 번 엄마의 사랑이 듬뿍 가미된
강한 등짝 스매싱을 전채요리처럼 먹는다.
네 사람은
삶긴 소면처럼 축 쳐진 "いただきま~す"를 하고
다정한 대화도 없이 묵묵히
그러나 우렁차게 소면을 먹는다.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아아,
이게 아닌데......
내가 꿈꾸던 연휴의 런치는
분명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쫄깃한 면발의 소면은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