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 Descends
17장
미국은 내려온다 | America Descends
앞 세 장에서 본 풍경에 새로운 단위들의 자라남이었다. 한 옛 중심이 자기 자리에서 풀려났고, 새로운 중심이 결핍의 맞물림 위에서 자라났다. 그 새로운 중심이 자기 완결적 단위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여기서 보는 풍경은 그 자라남의 다른 한 면이다. 새로운 단위들이 자라는 동안 옛 중심이 어디로 가는가의 풍경이다. 강대국이 80년 동안 글로벌의 한 중심에 앉아 있던 자국에서 어떻게 내려오는가의 모양.
미국이 무너진다는 진단은 한 시대의 한 자리에 자주 등장했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직후. 1973년 1차 석유 위기와 베트남 전쟁 패배 직후. 1989년 일본의 자라남이 정점에 닿은 시점. 진단이 매번 나왔지만 미국이 매번 살아남았다.
2024년의 시점도 같은 모양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무너진 것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가 분명히 다른 양상에 있다. 미국이 자기 자리를 좁히기 시작했다는 자국.
이 장에서 보는 것은 미국의 멸망이 아니다. 미국의 재배치다. 강대국이 자기 자리를 좁히는 풍경이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닌 점진적 축소로 진행된다. 그 축소가 한 시대의 모양을 바꾼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결정
서기 285년 11월 20일, 로마 제국 동방. 니코메디아(현 튀르키예 이즈미트). 그날 한 황제가 한 결정을 발표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황제 자리에 오른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가 발표한 것은 제국 통치의 새로운 구조였다. 황제가 한 명이 아닌 두 명. 동방을 디오클레티아누스 자신이 다스리고, 서방을 다른 한 사람—막시미아누스—이 다스린다는 구조. 분할 통치(diarchy)가 시작됐다.
결정의 배경이 한 가지였다. 한 사람이 다스리기에는 제국이 너무 컸다. 그 300년 사이에 제국이 자라난 만큼 한 황제가 모든 자리에 닿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같은 시기에 외부 압박이 자라고 있었다. 라인강 너머 게르만족, 다뉴브강 너머 고트족, 유프라테스강 너머 사산조 페르시아. 세 자리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압박을 한 황제가 동시에 응답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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