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죽지 않은 장례》
04. 돌아온 사람
오전 8시 39분.
김수연은 출입카드를 단말기에 댔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 잠깐 기다렸다가 다시 댔다. 같은 색이었다.
유리문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한 사람은 휴대폰을 보며 걸었고, 다른 사람은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차장님?”
수연이 돌아봤다.
같은 부서 직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복귀하시는 날이죠?”
“네.”
직원이 자기 카드를 단말기에 댔다.
삑. 초록불이 들어오고 문이 열렸다.
수연이 먼저 웃었다.
“첫날부터 출입금지네.”
“계정이 아직 안 살아났나 봐요.”
“그러게요.”
둘이 함께 들어갔다. 사무실은 기억보다 조금 어두웠다. 수연은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안쪽을 둘러봤다.
회의실은 같은 이름을 달고 있었고 복합기도 같은 위치에 있었다. 탕비실 커피머신은 새것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종이컵을 쌓아두던 선반에는 개인 텀블러가 줄지어 있었고, 벽에는 수연이 처음 보는 사내 캠페인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여덟 달 사이에 달라진 것들은 대체로 그런 것들이었다.
없어도 되는 것, 있어도 금방 익숙해질 것, 자기 팀 앞에 도착했을 때 수연의 걸음이 잠깐 느려졌다.
예전에 앉던 바카라상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모니터 두 대, 작은 선인장, 손잡이에 걸린 이어폰, 회색 카디건이 의자 등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바카라상 주인이 수연을 발견하고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차장님.”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그래요?”
수연이 웃었다.
직원도 웃었다.
수연은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부서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어요?”
“네.”
“여기요.”
그가 창가 쪽 바카라상을 가리켰다.
“당분간 여기 쓰시면 됩니다.”
‘당분간’이라는 말 뒤에 별다른 설명은 붙지 않았다.
바카라상 위에는 새 노트북 상자가 놓여 있었다. 키보드와 마우스도 비닐에 싸인 채였다. 수연은 가방을 내려놓고 서랍을 열었다.
첫 번째 칸. 비어 있었다. 두 번째 칸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세 번째 칸에는 제조사 설명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수연은 서랍을 닫았다.
“제 계정은 오늘 다 되는 거죠?”
“IT에 요청해 놨어요.”
부서장이 자기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업무 쪽은 오후에 한번 얘기하시죠.”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노트북 상자를 열었다. 충전기부터 꺼냈다. 오전은 비밀번호를 만드는 데서 시작했다.
메일, 업무시스템, 메신저, 전자결재.
하나를 열면 인증을 다시 하라는 창이 떴고, 인증을 끝내면 다른 프로그램에서 권한이 없다는 문구가 나왔다. IT 담당자에게 전화를 두 번 했다.
“김수연 차장님 맞으시죠?”
“네.”
“메일부터 먼저 풀어드릴게요.”
잠시 뒤 받은편지함이 열렸다. 읽지 않은 메일이 몇 통 들어와 있었다. 대부분 오늘 아침부터 수신된 공지였다. 예전 메일은 보관함에 남아 있었다. 수연은 가장 마지막으로 보냈던 메일을 찾아봤다. 제목 끝에 붙은 날짜가 지난해였다. 메일을 열지는 않았다.
공유폴더로 들어갔다. 몇 개는 열렸고 몇 개는 막혔다. 화면을 아래로 내리던 손이 멈췄다.
`김수연_운영관리`
자신의 이름이었다. 더블클릭했다.
작은 안내창이 떴다.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수연은 한동안 화면을 보고 있다가 취소를 눌렀다.
옆자리 직원이 몸을 조금 기울였다.
“권한 안 돼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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