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집밥의 다정한 온기

벌점 일주일

byWren

비 오는 일요일, 아빠가 차린 단감 고구마 샐러드

목요일 밤, 나는 아들이 잠든 사이 키워 둔 게임 계정을 아들 휴대전화로 옮겨 주었다. 아들은 다음 날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무척 기뻐했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 그 계정의 주인은 일주일 게임 정지를 당했다.

선물이 도착한 지 사흘 만이었다.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 일곱 시, 나는 부엌에 서 있었다. 주말이라 조금 더 잘 수도 있었지만 아내와 하랑이 먹을 아침을 준비하기로 했다. 창밖에서는 빗소리가 이어졌고, 도마 위에서는 칼질이 시작됐다.

어제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과와 단감, 아보카도를 사 왔다. 평소에는 집에 있는 재료를 조합해 아침을 차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장보기부터 직접 했다. 요리 수습생이 재료 조달 업무까지 맡은 셈이다. 경력은 그대로지만 업무 범위는 넓어졌다.

오늘 메뉴는 삶은 계란, 소고기와 아보카도, 빵, 귤과 찐 고구마였다. 여기에 내가 새로 만든 샐러드를 더했다. 단감과 고구마를 가늘게 채 썰고 잣을 넣은 다음 레몬즙과 사과식초를 뿌려 버무렸다.

지난주 단호박 샐러드에 이어 이번에도 잣을 넣었다. 내 샐러드의 전속 배우가 생긴 셈이다. 사과는 어제 장바구니에 들어왔지만 오늘 출연하지 않았다. 대신 사과식초가 이름값을 했다. 본인은 냉장고에서 다음 출연을 기다리는 중이다.

단감의 주황색과 고구마의 노란색이 섞이자 비 오는 아침에도 접시만큼은 밝아 보였다. 정해진 레시피를 따라 한 음식이 아니라 내가 재료를 보며 떠올린 조합이었다. 맛은 먹어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꽤 즐거웠다.

그때 거실에서 텔레비전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랑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빠의 아침 준비를 도우러 오는 대신 게임 채널부터 틀었다. 아내는 이미 아들에게 게임 채널을 보지 말라고 이야기해 둔 상태였다. 하랑은 그 약속을 알고도 리모컨을 들었다.

아내가 말했다.

“하랑아, 아빠가 아침 준비하시는데 옆에서 보조는 안 해 주고, 일어나자마자 게임 채널을 봐?”

그리고 일주일 게임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아침밥은 아직 완성 중이었는데 징계는 먼저 끝났다. 하랑의 하루는 텔레비전을 켜면서 시작됐고, 게임을 끄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우리 집에는 상점과 벌점이 확실히 존재한다. 약속을 잘 지키면 칭찬을 받고, 어기면 그에 따른 바카라임을 져야 한다. 아내는 게임 채널을 보지 말라고 미리 알려 줬다. 그러니 이번에는 몰랐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규칙을 알고 선택한 행동이라면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내의 생각이었다.

나는 부엌에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솔직히 아내가 단호하게 말하는 동안 나는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직접 벌점을 주는 사람은 따로 있고, 옆에서 듣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아내가 아들에게 아빠의 아침 준비를 도와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 귀에 남았다.

내가 요리하는 날에는 아들이 옆에서 보조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혼자 준비하는 일이 익숙했다. 하지만 아이가 함께 사는 집에서 아빠가 부엌에 서는 모습을 보고, 필요한 일을 거들어 주는 것도 배울 만한 생활일 것이다.

다만 보조 요리사로 임명될 첫날부터 게임 채널 시청으로 징계를 받았으니, 하랑의 출발은 조금 험난했다.

목요일 밤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아들이 잠든 사이 게임 계정을 옮겨 주었다. 아들이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며 준비한 선물이었다. 다음 날 아들은 휴대전화를 보고 기뻐했고, 나를 안아 주었다. 그때는 선물을 잘했다 싶었다.

그런데 사흘 뒤 계정은 일주일 동안 쉬게 됐다.

내가 키운 계정을 아들에게 넘겨주고, 아들은 그 계정으로 게임을 즐기고, 나는 아들에게 게임을 배우는 구조였다. 집에서는 아들이 선생님이고 내가 학생이다. 그런데 이제 선생님이 일주일간 정직을 당했다. 다음 주까지 우리 집 게임 수업은 휴강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아쉽다. 하지만 선생님이 규칙을 어겼다면 수업을 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계정을 선물한 아빠가 엄마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선물을 줬다고 해서 약속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니까.

우리 집에서 상점을 주는 일은 비교적 쉽다.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는 일은 즐겁다. 함께 게임을 하고, 놀러 가고, 좋아하는 것을 선물해 주는 일도 그렇다. 반면 벌점을 주는 일은 다르다. 아이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봐야 하고, 부모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 어려운 역할을 아내가 자주 맡는다. 지난주에도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들어온 하랑에게 농구 수업을 쉬게 한 사람이 아내였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이에게 기쁨을 주는 쪽에 익숙했고, 아내는 지켜야 할 선을 알려 주는 쪽에 더 가까웠다.

그렇다고 아내가 늘 엄하고 내가 늘 너그러운 사람인 것은 아니다. 다만 상점은 주기 쉽고 벌점은 어렵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 부엌에서 다시 생각했다. 아이가 아빠에게 받은 선물만 기억하고 엄마가 지키게 한 약속은 잊어버린다면 아내가 조금 억울할 것이다. 그래서 이 기록에는 그 수고도 남겨 두고 싶다.

식탁이 완성됐다. 삶은 계란과 소고기, 아보카도와 빵이 놓였고 귤과 찐 고구마도 곁에 놓였다. 가운데에는 내가 만든 단감 고구마 샐러드가 자리했다.

게임 정지와 아침밥은 별개의 일이었다. 약속을 어겼다고 밥까지 먹지 못하는 건 아니다. 우리 집에서 게임은 잠길 수 있어도 밥상은 잠기지 않는다. 아침은 차려지고, 가족은 식탁에 앉는다. 벌점을 받은 날에도 생활은 계속된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렸다. 하랑에게는 게임 없는 일주일이 시작됐고, 나에게는 새 샐러드의 맛을 확인할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다음 주에는 아들이 부엌에서 보조를 해 줄까. 단감을 채 써는 일만 맡겨도 내 손목이 조금 편해질 텐데.

물론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게임 채널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것.

목요일 밤에 내가 준 선물은 사흘 만에 정지됐지만, 아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법을 알려 주는 일은 일주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주 일요일에도 나는 아마 부엌에 설 것이다. 그때 하랑이 옆에 와서 칼 대신 도마를 잡아 준다면 좋겠다.

오늘의 상점과 벌점은 그렇게 기록해 둔다. 아빠는 아침을 차렸고, 엄마는 규칙을 지켰고, 아들은 일주일 동안 게임을 쉬게 됐다.

그리고 단감 고구마 샐러드는 다음에도 만들 생각이다. 그 메뉴만큼은 아직 정지 처분을 받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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