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사람에서 나누는 사람으로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이 열어준 새로운 시작

by바람 wind air wish

집으로 자격증 하나가 도착했다.


평생교육사 2급.


운전면허증 이후 처음 받아보는 국가자격증이었다. 교육부장관의 직인이 찍힌 자격증을 손에 들고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누군가에게는 여러 자격증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달랐다. 공부를 마쳤다는 기쁨과 함께, 그동안 배운 것들을 어디에 어떻게 써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찾아보고, 재미가 붙으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좋아했고, 식물을 돌보고 공간을 정리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바카라을 읽으며 새로운 생각을 만나는 시간도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할 줄 아는 것도 제법 많아졌다. 어떤 것은 오래 해왔고, 어떤 것은 남들보다 능숙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을 밖으로 꺼내놓으려 하면 망설여졌다.


혼자 잘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은 다를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막막했고, 내가 가진 경험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도 몰랐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그런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내게 쌓인 경험이 분명 있는데, 그것을 보여줄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물론 자격증을 받았다고 그동안 익힌 모든 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제 없던 능력이 오늘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자격증을 손에 쥐니, 막연하게 생각하던 일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준비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서 배우고 생활 속에서 익힌 것들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엮어보면 어떨까. 몇 사람과 함께 배우는 시간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강의 준비를 시작했다.


평생교육기관에 강사로 등록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강의 프로그램을 짜고, 내가 해보고 싶은 강의의 원고도 써보았다.


머릿속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원고로 옮기려니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내가 재미있게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듣는 사람도 재미있어할까. 설명이 너무 길지는 않을까. 이 시간을 마치고 나면 무엇 하나는 가져갈 수 있을까.


배울 때와는 다른 질문들이 생겼다.


원고를 어느 정도 쓰고 나서는 소리 내어 읽으며 녹음해 보았다.


눈으로 읽을 때는 자연스러웠던 문장도 입으로 말하니 길었다. 중간에 숨이 차는 문장이 있었고, 설명하다 보니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들었다.


‘내 목소리가 원래 이랬나?’


괜히 민망해서 끄고 싶었다. 혼자 듣고 있는데도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가 쓴 원고를 내가 읽고, 그걸 다시 내가 듣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인지 생각보다 말도 빨랐다. 내가 내용을 알고 있으니 서둘러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생각할 틈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를 조금 고치고 다시 읽었다.


문장을 짧게 나누고, 설명이 겹치는 부분은 덜어냈다. 중요한 이야기 뒤에서는 잠깐 멈춰보았다.


여전히 내 목소리는 낯설었지만 처음보다는 조금 편하게 들렸다.


이상하게도 부끄러운데 즐거웠다.


아직 누구 앞에서 강의한 것도 아닌데, 혼자 준비하는 시간에 자꾸 마음이 갔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써둔 원고를 다시 열어보고 싶었다.


다음에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궁금했다.


그동안 나는 배우는 기쁨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이 좋았고, 이해되지 않던 내용이 어느 순간 연결되면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도 나눠보고 싶어졌다.


내가 어렵게 배운 것을 조금 더 쉽게 풀어보고 싶었다. 생활 속에서 도움이 되었던 방법을 함께 해보고, 같은 바카라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알고 있는 것부터 다시 살펴봐야 했다.


혼자 할 때는 익숙해서 그냥 지나가던 과정도 설명하려니 이유를 알아야 했다. 대충 이해하고 있던 내용은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웠다. 내 경험만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과 자료를 더 확인해야 할 부분도 구분해야 했다.


누군가에게 전하려고 준비하니 다시 바카라을 펼치게 되었다.


내게 쉬운 것이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듣는 사람을 떠올리며 원고를 고치다 보니 내가 배운 것을 다시 익히는 시간이 되었다.


가르칠 준비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배우고 있었다.


내가 바라는 자리는 거창한 곳이 아니다.


동네의 작은 복지관이나 도서관의 모임처럼 가까운 곳에서 몇 사람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움직여 함께 해볼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누군가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말을 하나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 작은 공간을 정리해 볼 수도 있고, 바카라을 한 권 펼치거나 화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을 생각하면 준비하는 일도 즐거워진다.


물론 아직은 준비하는 사람이다.


프로그램을 짜봤다고 강의 자리가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원고를 썼다고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만나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을 수도 있고, 준비한 내용이 그 자리에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는 다시 고치고 배워야 할 것이다.


자격증을 받던 날에는 무엇인가를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카라상 앞에 앉아 강의 원고를 쓰다 보니 새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이번에는 시험의 정답을 찾는 일보다, 내가 배운 것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는 일이었다.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준비한 강의를 언제 처음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막연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일이 이제는 프로그램과 원고의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옆에 두고 녹음을 다시 켰다.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쳐야 할 부분이 또 들렸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들어보았다.


그리고 원고 한쪽에 표시했다.


‘여기서는 조금 천천히.’


다음번에 읽을 때는 그 문장 앞에서 잠깐 숨을 고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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