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귀찮아 비용'을 알게 된 계기
귀찮으면 돈으로 해결했다.
나는 귀찮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배가 고픈데 밥하기 싫으면 배달을 시켰고,
다리가 아프면 택시를 탔다.
회사에서 힘든 날에는 집에 가는 길에 술을 샀고,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별생각 없이 카드를 꺼냈다.
한 번 한 번은 큰돈이 아니었다.
배달음식 2만~3만원.
택시비 2만원 남짓.
커피 한 잔 5천원.
그래서 별로 아깝지도 않았다.
그때의 나는 돈을 쓴 게 아니라
귀찮음을 돈으로 해결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회사생활이 힘들어지면서 그런 일이 더 많아졌다.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밥을 해 먹기도 싫고,
버스를 기다리기도 싫고,
집에 가서 씻고 누워버리고 싶었다.
“오늘 하루 힘들었는데 이 정도는 써도 되지.”
그 말이 참 편했다.
그렇게 배달을 시키고,
택시를 타고,
술을 마셨다.
그 순간에는 편했다.
뭔가 보상 받는 기분도 들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카드내역에는 돈을 쓴 기록만 남아 있고
나에게 남은 건 별로 없었다.
얼마 전 퇴사를 생각하면서 갑자기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월급이 끊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2만원, 3만원이 다르게 보였다.
‘내가 이 돈을 꼭 써야 했나?’
생각해보니 꼭 써야 했던 돈보다
귀찮아서 쓴 돈이 꽤 많았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밥하기 귀찮아서 시킨 배달.
대중교통을 못 타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싫어서 탄 택시.
커피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습관처럼 산 커피.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어서 마신 술.
나는 이런 돈을
‘귀찮아 비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궁상맞게 살고 싶은 건 아니다.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가고 싶은 곳도 가고 싶다.
다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는 돈을 쓰고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돈은 조금 줄여보고 싶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 쓴 돈이 눈에 보이게 남는다면 절약도 조금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귀찮아 비용'을 아낄 때마다 기록해보기로 했다.
배달 한 번 안 시키면 3만원.
택시 한 번 안 타면 만원.
커피 한 잔 안 사면 5천원.
그 돈을 모아서 주식을 사보기로 했다.
거창한 재테크는 아니다.
주식 한 주가 내 인생을 바꿔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예전 같으면 배달음식과 함께 사라졌을 돈이
어느 날 내 계좌에 주식 한 주로 남아 있다면 기분이 꽤 다를 것 같다.
배달 몇 번.
커피 몇 잔.
택시 몇 번.
그 돈들이 모여서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남아 있는 돈이 되는 것.
일단 한 달만 해보려고 한다.
오늘 안 써도 되는 돈을 하나 줄이고,
그 돈을 기록한다.
그리고 충분히 모이면 주식 한 주를 산다.
귀찮으면 돈으로 해결하던 사람이
이제는 '귀찮아 비용'으로 주식을 사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