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작가가 해야 할 다섯 가지
① 많이 경험할 것
② 깊이 질문할 것
③ 자기 이야기를 발견할 것
④ AI가 만든 것을 의심할 것
⑤ 마지막 문장에 자신의 이름을 걸 것
병실에서 나무 밑동을 그리고 난 뒤,
나는 그날의 세 번을 다섯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게 되었다. AI 시대에 작가가 여전히 붙잡아야 할 것들이다.
① 많이 경험할 것
내가 나무 밑동을 그릴 수 있었던 건,
그 병실에 실제로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 교감으로 지내며 마주한 수많은 얼굴들, 나이를 먹으며 겪은 크고 작은 이별들—그 모든 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세 번째 종이를 펼쳤을 때도 여전히 고슴도치만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AI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알지만,
내가 실제로 살아낸 하루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작가는 계속 겪어야 한다.
바카라상 앞이 아니라 삶 안에서.
② 깊이 질문할 것
"아줌마는 눈에 보이는 것만 그리네"라는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나는 계속 고슴도치의 겉모습만 고쳐 그렸을 것이다. 질문이 나를 멈춰 세웠다.
왜 이 이야기여야 하는가, 이 인물은 정말 이렇게 느꼈을까, 이 문장이 정말 하려던 말을 담고 있는가—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는 것. AI는 답을 잘 준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던질지는 작가의 몫이다.
③ 자기 이야기를 발견할 것
세상에는 수많은 고슴도치 그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날 그 병실, 그 아이, 그 구멍 세 개짜리 나무 밑동은 세상에 하나뿐이었다.
자기만이 본 장면, 자기만이 겪은 순간을 찾아내는 일—그것이 결국 『가시가 별이 된 자리』가 다른 이야기들과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④ AI가 만든 것을 의심할 것
AI가 내놓는 문장은 매끄럽고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럴듯함이 곧 진실은 아니다. 나는 AI가 제안한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늘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게 정말 내가 하려던 말인가. 혹시 너무 매끄러워서 정작 하고 싶었던 서툰 진심을 지워버린 건 아닌가. 완벽함을 의심하는 눈, 그것도 작가의 일이다.
⑤ 마지막 문장에 자신의 이름을 걸 것
결국 어느 문장을 마지막으로 남길지,
그 문장 뒤에 자기 이름을 걸 수 있는지
—그것이 작가와 생성자를 가르는 지점이다.
나는 그 나무 밑동을 그린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카라으로 완성한 사람으로서, 마지막 문장 앞에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AI가 아무리 많은 문장을 만들어줘도,
그중 무엇을 최종으로 선택하고 바카라임질지는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