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한참 지나서
이제 정말 새삼 아무런 상관없어졌을때야
비로소 문뜩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알랑 드 보통은 내가 뭔가를 '과'하게 하고 있다면
그것을 왜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 빈자리에 무엇이 들어와야 하는지에 대해서..
예를 들어 내가 청소를 강박적으로 한다거나,
달리기를 과하게 한다거나,
자꾸 핸드폰을 확인한다거나,
각자만의 무엇이 있을것이다.
참고로 나는 메시지에 숫자가 달리는것을 못본다.
난 그래서 어지간한 알람은 거의 다 꺼둔다.
난 단톡방을 정말 싫어한다.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불가피하게 알아야 하는것이 너무 싫다.
내게 그것은 거의 폭력과도 같다.
요즘은 대부분 그렇다고 하지만,
난 어릴때부터도 정말 친한 사람하고만 통화를 했다.
내가 목소리를 주고 받는 사람은 진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단톡방에서 나오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서 회사라서 어쩔수 없어서 등등등의 이유가 있어서 주저한다.
비행기 경유에 공포를 가진 여주인공이 나오는 영화가 있었다.
음악도 좋고 영상도 좋고..예쁜 영화였다.
비행기를 놓치는것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이곳과 저곳 어디에도 제대로 속해있지 않은 그 붕뜬 상태에 대한 공포가 있는것이다.
그런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누구나.. 온전히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란다.
다만 기꺼이 소속되는 경험 자체가 참 희소하고 어려운 일일뿐..
뭔가를 회피한다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면하면 자기 삶의 질과 양을 증진하는데 해가 될것 같으니까
한마디로 생존에 부담을 주니까
무너질것 같아서 모른척하는거다.
무엇이든 통제하고 싶은 사람은 주위에 모두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닐수도 있다.
그 관계가 너무나도 소중한데 사라져 버릴까바 두려워서 노력하는거다.
그런데 그 인위적인 더하기 딱 그만큼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불안을 잊기위해 뭔가에 열중하는 사람은
그 불편함을 증폭시키려는게 아니라
살아보려고 뭔가 견디기 위한 방어기제로 그러고 있다고
보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다닐때 손톱 큐티클을 엄청 뜯고 피내고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걸 보는것 만으로도 너무 아파서.. 난 볼수가 없었다.
근데 내색은 할수가 없으니 밴드를 가지고 다녔다.
왼손, 오른손 사정없이 피가 나고 있었는데 걔는 아픈줄도 모르는것 같았다.
더이상 뜯을것이 없어서 입술도 뜯기 시작했다.
어느날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그렇게 손으로든 입으로든 뭔가를 뜯어야 안정이 된다고 했다.
어릴때 엄마 아빠가 막 장갑 같은결 껴두고 못하게 했는데도 소용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특정행동인 그걸 하지말라고 하는건
사실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그러다가 그 친구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런데 그 남자친구도 손을 뜯고 있었다.
너무 기가 막혔다.
근데.. 뭔가 그때는 어려서 그랬는지.. 뭔가 되게 한쌍의 바퀴벌레 커플을 본것 같이 애틋하고 부러웠다.
서로 왜 뜯냐는 말은 안할테니까...
그렇게.. 본격적으로 쥐어 뜯는 애들끼리 만나니까.. 상처가 덜나고 피도 안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해서 영국으로 갔다. 아직도 잘 살고 있다.
영화 <Take this Waltz>의 알맹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마고 : No ...that's not really the fear ...
아니요... 그건 제가 진짜 두려워하는 게 아니에요.
다니엘 : Then what are you afraid of?
그럼 뭐가 두려운데요?
마고 : I'm afraid of wondering if I'll miss it ...
'놓치면 어떡하지'라고 불안해하는 그 상태가 두려운 거예요...
I do not like being between things ...
저는 무언가와 무언가 '사이(between things)'에 놓이는 게 싫어요...
I'm afraid of being afraid.
두려워한다는 자체가 두려워요.
다니엘: Sounds like the most dangerous thing in the world.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처럼 들리네요.
https://youtu.be/8mewbyMvnVc?si=2F0rGVNjY6mcKr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