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strawberry

팬텀스레드

byAltusSolum

미장센과 음악, 배우, 스토리 모든면에서

완전했던 작품 하나만 뽑아보라고 한다면

내게 있어 1번은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독보적인 요인도 있지만,

스토리 자체가 매우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내내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레이놀즈와 알마가 만나는 이 장면은

폴 토마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이

얼마나 집요한 완벽함을 보여주는지 알 수 있다.

묘하게 알수 없이 수수한 매력의 알마가

어떻게 레이놀즈의 눈에 식별(diligere)된 것일까?

세상에 온라인카지노 주문이 이토록 관능적일 수 있을까?

사실 생각해보면 음식을 주문할때

그냥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뭘 먹을때 조차 망설이거나,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대충 타협한다.

하지만 레이놀즈는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데 1%의 거리낌이 없다.

수란을 주는데 너무 묽지 않게주고,

(수란이 묽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ㅎㅎㅎㅎ)

잼을 주는데, 딸기잼은 아니고...

무엇보다 커피, 티? 여기서도 그냥티가 아니라

랍상을 달라고 한다. ㅎㅎㅎ

물론 랍상도 홍차는 홍차다.

그런데 얼그레이나 다즐링 같은

그들에게 익숙한 홍차가 아니라

중국에서 온 소나무 훈연 향이 강한 홍차다.

그와중에 거기서도 취향을 드러낸거다.

영화 내내 레이놀즈는 랍상을 마신다.

자신의 취향(음식에 대한 기호)을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우아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단순히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온전히 내면의 안전을 위한

소박한 질서를 지키는 것 뿐이다.

더욱이.. 메뉴 주문 후에,

다 기억할수 있냐고,

확인하고 메모를 가져간다. ㅎㅎㅎ

나도 사람의 전체를

알수있는 것은 글씨라고 생각한다.

글씨에는 쓰는 사람, 그 찰나의 모든것이 담겨있다.

그래서 손편지가 가장 가치있는 선물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적이고

씩씩한 여주인공 알마도

레이놀즈의 결핍을 알아챈다.

너무나도 젠틀맨인 레이놀즈가

저녁먹자고 할줄 알았던 것처럼

저녁 식사를 청할때,

좋다고 하면서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준다.

"배고픈 소년에게(for the hungry boy)"라면서

자기 이름을 알려준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렇게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야 함을 알수 있다.

결혼식 & 카니발

결국 알마는 독버섯을 넣은 오믈렛을 요리해주고

또 레이놀즈는 그걸 알면서도 먹는다.

딱 죽지 않을 만큼의 독에 노출되어 앓아누울 때에만,

레이놀즈는 비로소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Ego)'을

내려놓고 알마의 돌봄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준다.

가장 완벽주의자인 그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사랑하는 아내가 주는 '독'를 삼키며

무장해제당하는 이 과정은

마치 부부간의 실존적 항복의 궁극을 보여준다.

독버섯이 들어있는 오믈렛인 줄 알면서도 먹는 레이놀즈

폴 토마스 앤더슨은 배우인 아내와

부부싸움으로 뾰족해지는 상황에서 요리를 먹을 땐,

"Mrs. Woodcock, 이거 먹어도 괜찮겠습니까?"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얼마나 세련된 유머를 가진 사람인가..ㅎㅎㅎㅎ)

어쩌면 각자의 짝꿍에게는

서로 무장해제 당하는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https://youtu.be/TmhaTfjOYsY?si=SKPXnUqOxw35mg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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