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 내 몸값 계산법

사원증을 반납하고 남는 '인간 000'의 실체

by담연

매년 평가 시즌이 되면 사무실 풍경은 어김없이 서늘해진다. 모니터 화면 속 인사고과 등급 하나에 누군가는 얕은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헛헛한 표정으로 탕비실을 기웃거린다.

30년 넘게 거친 일터의 현장을 지켜내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사부장이라는 자리를 지켜오며 나는 해마다 반복되는 이 인사의 계절을 지켜보았다. 회사가 매기는 숫자와 평가 등급이 곧 자신의 인격이자 절대적인 시장 가치인 것처럼 몰입하는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평가와 승진, 그리고 퇴장을 가까이서 주관하고 관찰하는 동안 비로소 회사가 가르쳐주지 않는 조금은 서늘한 진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회사가 산정하는 몸값과, 세상이 매기는 진짜 몸값 사이에는 거대한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회사가 정해주는 몸값, '대여료'라는 이름의 착각

회사가 매기는 당신의 몸값은 사실 '당신의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그 시스템 안에서 당신이 얼마나 다루기 쉽고 유용한가'를 나타내는 대여료에 가깝다.

조직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 있을 때 우리는 종종 거대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수백 명의 인력을 지휘하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 명함을 내밀 때 느껴지는 그 위엄이 온전히 '내 능력'이라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몸값의 상당 부분은 사실 회사의 브랜드와 시스템, 그 후광 효과가 만들어낸 빌려온 가치일 뿐이다. 거대한 기계 안에서 특정 부품으로서의 역할을 아무리 완벽하게 해낸다고 해서, 그 부품 자체가 독자적으로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끝없는 승진 경쟁의 궤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10년 넘게 내 페이스대로 조직의 중심을 지켜오며 깨달은 것은 회사가 정해주는 평가 등급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길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바깥에서의 내 진짜 가치는 점차 희미해진다는 점이었다.


명함을 빼고 남는 진짜 몸값 산식

은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온라인 게임인으로서 이제는 내 삶의 다음 페이지를 차분히 그려보는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내일 당장 이 회사 문을 열고 나갔을 때, 명함과 직급을 뺀 '인간 000'의 진짜 몸값은 얼마일까?'

진짜 내 몸값을 구하는 산식은 의외로 간단했다.


[현재의 연봉과 지위] - [회사의 이름값과 시스템의 힘] = [진짜 내 몸값]


사무실 바카라상과 사원증을 내려놓았을 때, 나 스스로의 힘으로 누군가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이 얼마나 남아있는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시간을 주도할 수 있는 내면의 자립심과, 직함이 사라져도 나를 찾아줄 진짜 인간관계가 얼마나 단단한가가 바로 진짜 내 몸값의 실체였다.

회사의 평가표에서 최고 등급을 받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순간 홀로 서기 힘든 '회사형 인간'으로 남게 되는 쓸쓸한 뒷모습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 내면의 내공 쌓기

회사 생활을 대충 하라는 뜻이 아니다. 주어진 업무에는 성실히 임하되, 내 삶의 주도권과 가치 기준만큼은 회사에 100% 맡겨두지 말라는 뜻이다.

회사는 우리의 노후나 인격을 끝까지 바카라임져주지 않는다. 회사가 매기는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할 필요도, 과도한 승진 욕심으로 스스로를 갉아먹을 필요도 없다. 일터는 내 삶을 위한 소중한 수단이자 인격을 다듬는 장소일 뿐, 내 존재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퇴근 후 소박하게 내면의 내공을 쌓고, 회사 명함이 아닌 '나라는 사람'의 깊이를 더해가는 시간.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검소함과 지혜를 가꾸는 것이야말로, 언젠가 찾아올 퇴사나 정년이라는 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짜 몸값을 키우는 길이다.


진짜 가치는 명함을 떼어낸 뒤에 드러난다

세상이 정해놓은 몸값의 기준에 자신을 꿰맞추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이들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사 평가 결과에 마음을 상해하고, 남들과의 승진 격차 때문에 스스로를 자바카라하며 쓸쓸해하는 이가 있다면 나지막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회사가 매기는 숫자에 속지 마라. 명함을 떼어낸 뒤에도 빛나는 당신만의 결이 진짜 당신의 몸값이다."


회사의 울타리 안에서 보여주는 가치에 인생 전체를 걸지 말자. 남들의 평가에서 한 걸음 물러나 나만의 단단한 내면과 실력을 차곡차곡 가꾸어 나갈 때, 먼 훗날 직함을 내려놓는 그날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짜 자유와 깊은 평온이 차고 넘칠 테니까.

오늘 밤만큼은 모니터 속 인사고과표를 가볍게 접어두고, 명함 뒤에 숨겨진 '진짜 나'의 결을 가만히 다독여주는 저녁이 되기를 바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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