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없는 인맥은 결국 빛바랜 명함 조각일 뿐이다

'넓은 인간관계'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나를 벼리는 지혜

by담연

젊은 시절, 우리는 조찬 모임이나 온갖 네트워크 자리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명함을 교환하곤 한다.

수첩에 빼곡하게 쌓여가는 고위직 인사들의 명함, 휴대폰에 저장된 수백, 수천 명의 연락처를 보며 '이게 다 내 자산이자 든든한 인맥'이라 여기며 뿌듯해하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다. 어디 가서 "나 아무개 이 사람을 잘 안다", "누구 부장과 형, 동생 하는 사이"라며 은근히 친분을 내비치는 것으로, 내 위상이 함께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수많은 만남과 인연의 흥망성쇠를 곁에서 오랫동안 관찰해 오면서, 나는 그 화려했던 명함 수첩들이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를 수없이 목격했다.

정작 나에게 문제를 해결할 '진짜 실력'이 없을 때, 억지로 유지하려 애쓰던 관계들은 바카라상 한구석에 쌓인 빛바랜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맥의 냉정한 본질, 상호 가치의 교환

사람들은 인맥을 따뜻한 정이나 친분으로 포장하고 싶어 하지만, 세상이 말하는 비즈니스와 슬롯적 관계의 본질은 냉정하게도 '상호 가치의 교환'이다.

내가 상대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력이나 영향력이 있을 때, 상대 역시 나를 가치 있는 인맥으로 인식하고 관계를 이어가려 노력한다. 내가 내어줄 수 있는 가치가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친해지고 싶다며 다가가는 것은, 상대의 시간과 에너지를 일방적으로 기대하는 일에 가깝다.

스스로의 실력이 공백인 상태에서 맺은 관계는 정작 내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작동하지 않는다. 막상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그들은 가벼운 핑계로 거리를 두거나 조용히 돌아선다. 내가 상대에게 내어줄 가치가 없는데, 상대가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외형에 오롯이 빼앗겨버린 내실의 시간

정작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의 실력을 키워야 할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인맥 다지기'라는 허상에 빼앗긴다는 점이다.

퇴근 후 겉치레 모임을 전전하고, 불필요한 술자리에 참석하며, 의미 없는 안부 메시지를 돌리느라 정작 자신을 벼리고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깊게 만들 시간은 허허로이 바닥나 버린다.

관계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무의미한 감정 노동. 정작 나라는 알맹이는 비어있는데 겉모습만 화려하게 포장하려 애쓰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남는 것은 깊은 피로감과 헛헛함뿐이다.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것은 뿌리가 깊지 않기 때문이다. 내 실력이라는 단단한 뿌리가 없으면, 아무리 화려한 사람들과 어울려도 결국 타인의 그늘 아래서 더부살이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나라는 자석을 먼저 벼리는 지혜

진짜 지혜로운 사람은 밖으로 사람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자기 자신이라는 자석을 단정하고 강력하게 벼리는 데 집중한다.

내가 내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실력을 갖추고, 타인에게 진정성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깊이를 갖추면, 억지로 인맥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필요한 이들이 스스로 내 곁으로 찾아온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거부할 수 없는 법칙이다.


"인맥을 만들려 애쓰지 말고, 당신 자신이 누군가에게 찾아오고 싶은 인맥이 되어라."

실력이 담보된 이의 겸손함과 매력은 가만히 있어도 은은한 빛을 발한다. 그때 비로소 맺어지는 관계야말로 서로를 존중하며 오래도록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진짜 자산이 된다.


겉치레를 털어내고 내면의 결을 채울 때

승진이나 출세의 조급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이제는 내 삶의 다음 페이지를 차분히 준비하는 요즘, 나는 비로소 명함첩의 두께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담담하게 바라본다.

시간의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끝까지 내 곁에 남아주는 진짜 인맥은, 내가 화려한 직함을 달고 모임에 나갔을 때 만난 이들이 아니었다. 내가 무명일 때나 조용한 시간을 보낼 때조차 내 본연의 실력과 묵직한 인품을 알아봐 준 진솔한 몇몇의 사람들뿐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인간관계의 껍데기를 가볍게 털어내자. 그 시간에 바카라 한 권을 더 읽고, 내 일의 전문성을 1% 더 깊게 만들며, 내 몸과 마음의 내실을 단단하게 채워가는 편이 훨씬 고결하다.

그 소박하지만 정직하게 쌓아 올린 실력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화려한 인맥보다 당신의 삶을 단단하고 존엄하게 지켜줄 가장 확실한 진짜 무기가 되어줄 테니까.

오늘 밤만큼은 수첩 속 빼곡한 명함의 개수를 세어보는 대신, 내 일을 향한 깊이와 내면의 결을 가만히 정돈해보는 저녁이 되기를 바란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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