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설렘ㅡ두근두근 합니다.
[원래의 몸으로 귀환합니다.]
머릿속에서 시스템 음성이 끊김과 동시에,
가슴의 큰 쿵쾅거림도 드디어 멈췄다.
"하아…."
소희는 손잡이 봉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바닥이 축축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 지하철 유리창 너머로 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근데 지금 그 잘생긴 얼굴이 귀 끝까지 새빨개진 채,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핸드폰과 창밖만 번갈아 보고 있었다.
'… 미쳤나 봐, 진짜.'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뺨을 감쌌다. 화끈거렸다.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그동안 소희가 거쳐 간 몸들은 다 사연 하나씩을 얹고 있었다.
피로와 긴장, 특별한 경험. 거의 무겁고 먹먹한 것들이었다.
남의 삶을 체험하는 게 이젠 좀 익숙해졌다 싶었다.
세상을 다 아는 성숙한 어른이라도 된 줄 알았다.
근데 이번엔 생각지도 못한 체험이었다.
이 남자의 하루는 온통 자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부터 이유 없이 심장이 터질 듯 뛰는 것도,
도서관에서 리포트를 쓰다 말고 튀어나온 것도,
반대 방향 지하철을 일부러 타버린 것도,
'아니… 나 때문이라고…?'
이렇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감정은 처음 느껴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
온몸이 뜨겁고 배 속이 간질거려 미칠 것 같았다.
'잠깐만, 나 지금 왜 이러지? 정신 차려, 소희야…!'
그때,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역은 신도림ㅡ신도림역입니다. 내리실 뮨은ㅡ"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하며 움직였다.
소희는 시선을 피하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근데도 눈치가 자꾸 맞은편으로 쏠렸다.
서준이 슬쩍 움직이고 있었다.
가방끈을 꼭 쥐고,
눈치를 슬쩍 보며 문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이 참, 투박하고 허당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 붙여서 쩔쩔매는 꼴이라니.
'바보 아니야, 진짜…?'
속으로는 투덜대는데, 얼굴은 자꾸 뜨거워졌다.
문이 열렸다.
소희는 일부러 무심한 척 지하철에서 내렸다.
서준도 조금 떨어진 뒤에서 따라 내렸다.
승강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다 느껴졌다.
정확히 다섯 걸음 뒤.
나름 거리를 두면서도,
놓치지 않으려고 서툴게 쫓아오는 그 발걸음.
'어떡하지… 같은 방향인가?'
계단을 올라가다 말고 아주 잠깐, 소희는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뭉칫ㅡ!
서준이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돌처럼 얼어붙었다.
급하게 핸드폰을 보는 척 화면을 켰는데,
하필 셀카 카메라가 켜져서 찰칵ㅡ,
플래시까지 터져서 억울함과 당황한 그 모습에 소희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뿜어져 나왔다.
'진짜 어설퍼 죽겠네ㅋㅋ'
소희는 얼른 고개를 돌려 다시 계단을 올랐다.
남의 무게만 짊어지던 일상에,
도무지 주체할 수 없는 두근거림과 설렘이 훅 찾아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