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홍대입구ㅡ홍대입구역입니다.
그날 아침 소희는 처음으로 먼저 찍어뒀다.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였다.
서른 즈음, 출근복에 피곤한 얼굴. 딱 소희 눈에 걸리는 타입이었다.
저 사람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살짝 방향을 맞췄다.
진동이 왔다.
화면을 봤다. 익숙한 푸른빛인데 뭔가 달랐다.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탑승 범위가 확장됩니다.]
[체험 티켓이 발급되었습니다.]
[대상을 지정하시겠습니까? (Y/N)]
범위가 확장된다고? 갑자기 왜?
소희가 미처 그 남자를 향해 손가락을 뻗기도 전이었다.
어딘가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큭큭큭ㅡ.
소희가 고개를 돌렸다. 문 쪽이었다. 여자아이 넷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정도.
사복 차림에 가방을 앞으로 멘 채, 폰 화면을 같이 들여다보며 입을 틀어막고 웃고 있었다.
저 친구들은 뭐가 저렇게 좋을까?
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이 갔다.
그 순간 화면이 켜졌다.
얘네? 굳이?
손가락이 멈칫하다가, 결국 화면을 눌렀다.
[Y]
눈이 떠졌을 때 첫 번째로 느낀 건 심장 소리였다.
두근두근두근. 엄청 빨랐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었다.
왜냐하면ㅡ 놀토였고, 유진이가 3주 전부터 계획한 날이었고,
지금 이 넷은 '중학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초딩 나들이'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혜미는 그 사실이 너무 중요해서 지하철 안에서도 계속 웃음이 났다.
"혜미야, 너 지금 뭐 생각해?"
소민이 팔꿈치로 툭 쳤다.
"아니 그냥, 오늘 정말 기대돼서."
"나도! 나 어제 열두 시까지 못 잤어."
"나는 열한 시까지."
"나 열두 시 반."
민경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자기가 제일 늦게 잤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것 같았다.
유진이가 폰을 들었다. 화면엔 지도가 있었다. 색깔별로 줄이 그어져 있었다.
"자, 계획표 다시 확인한다. 홍대입구역 2번 출구. 포토부스 먼저. 그다음 다이소, 올영. 점심은 소민이가 찜해둔 데. 3시 반 전에는 출발해야 해. 엄마한테 5시까지 온다고 했으니까."
"3시 반, 오케이."
"근데 유진아 우리 오늘 용돈 얼마씩 챙겨 왔어?"
"나 이만 원."
"난 이만 오천 원! 엄마가 특별히 더 줬어."
"와… 부럽다."
혜미는 손에 쥔 지갑을 꼭 잡았다. 만 원짜리 두 장, 천 원짜리 세 장. 이만 삼천 원이었다.
오늘 이걸로 뭘 살지 어젯밤에 세 번은 계산해 봤다.
"나 아까 계산해 봤는데, 다이소에서 만원 쓰고, 버블티 오천 원, 그리고 사진 찍고..."
”남은 걸로 뭐 사려고?"
"몰라, 그건 가서 정해야지."
소민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현장에서 봐야 하는 것도 있어."
민경은 옆에서 다른 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야 근데 여기 마라탕집도 있대."
"민경아 우리 오늘 계획에 마라탕 없어."
"그냥 봤다고, 나 안 먹어."
셋이 큭큭거렸다. 혜미도 웃었다.
혜미는 그 순간 배 속이 간질간질한 걸 느꼈다. 좋아서 그런 거였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오늘 이 넷이서 홍대 간다는 게, 그것만으로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일이었다.
"얘들아 근데 우리 사진 몇 장 찍을 거야?"
"무조건 다 찍어야지. 포토부스도 찍고, 폰으로도 찍고."
"단톡방 프사도 바꿔야 돼."
"완전."
큭큭큭 ㅡ,
넷은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기들 얼굴을 보면서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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