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유머 — 농담이 아니라 방어입니다-4

by도시은둔자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사람


팀장이 회의에 늦게 들어왔다. 한 직원이 말한다.

“아이고, 우리 팀장님 또 시간의 법칙을 초월하셨네요.”


몇몇 사람이 웃는다. 팀장도 웃는 척한다. 말한 직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덧붙인다.


“농담입니다.”


정말 농담일까?

그 말에는 늦은 행동에 대한 불만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서 웃음으로 감쌌을 수도 있고, 정말 가볍게 지적하려 했을 수도 있다. 한 문장만으로 속마음을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담이라는 말이 모든 표현을 무해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상대가 불편해하는데도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특정인의 약점을 계속 건드리거나, 상대가 항의하면 “그것도 못 받아들이느냐”고 되묻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웃음은 때로 공격의 가면이 된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는 일이 아니다. 그 농담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불만을 표현하는 수단인가, 상대를 깎아내리는 수단인가, 아니면 실제로 분위기를 풀려는 시도인가?


상대가 불쾌하다고 해서 모든 농담이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람마다 같은 말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맥락과 반복, 그리고 그 뒤의 태도다.


오해가 생겼을 때 설명하고 조정할 수 있는가? 상대가 싫다고 밝혔을 때 멈출 수 있는가? 자신이 한 말의 영향을 인정할 수 있는가?


유머는 함께 웃을 여지를 만들지만, 조롱은 누군가를 웃음 밖에 세워 놓을 수 있다. “농담이었다”는 말만으로 그 차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신을 낮추는 농담은 겸손일까?

자신을 낮추는 농담도 마찬가지다.


“저는 원래 머리가 나빠서요.”

“제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별 볼 일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겸손해 보일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면 다른 사람이 비판할 여지도 줄어든다.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비하가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실수를 가볍게 인정하고,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며, 다른 사람의 긴장을 풀어 주는 자조적 유머도 있다. 자신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더라도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을 낮추는 말이 반복되면서 실제로 자신의 가능성을 닫아 버릴 때다.


실패할 때마다 “나는 원래 안 되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칭찬을 들을 때마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밀어내고,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어도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긴다면 어떨까?


이때 자기비하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올 기회를 미리 포기하는 방식일 수 있다.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것과 자신을 무가치하게 취급하는 것은 다르다.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잘못을 고치고, 도움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을 낮추는 농담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성숙하거나 미성숙하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 그 말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스스로를 계속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기게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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