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길들인다는 건 바카라임지는 일이다

by도시은둔자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나를 길들여줘. 어린왕자는 물었다. 길들인다는 게 뭔데? 여우는 말했다. 지금은 너에게 나는 그저 수많은 여우 중 하나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야.

그리고 길들인다는 건, 바카라임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들은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에 두고 온 장미를 떠올렸다. 투정 많고, 가시 네 개밖에 없는, 별로 볼품없는 자신의 장미. 하지만 그 장미는 자신이 길들인 장미였다.

나도 그랬다. 회사에서 후배 한 명을 길들였다. 밥을 같이 먹고, 일이 안 풀릴 때 밤늦게까지 같이 남아서 보고서를 고쳤다. 그 친구가 드디어 혼자서도 일을 잘하게 되었을 때, 나는 뿌듯했다.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 날부터 나를 피했다. 다른 팀 사람들과 더 자주 점심을 먹었다. 나는 서운했다. 내가 그렇게 도와줬는데.

나중에 알았다. 나는 길들이기까지만 하고, 바카라임지는 걸 안 했던 거다. 그 친구가 진짜 힘들어한 건, 일이 아니라 외로움이었는데. 일이 끝난 뒤의 시간은 같이 있어주지 않았다. 밥 한 끼, 술 한 잔의 바카라임을 지지 않았다. 나는 가르치는 건 잘했지만, 남는 법은 몰랐던 것이다.

요즘 관계가 가벼워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모두 길들이는 법만 배운다. 어떻게 하면 호감을 사고,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하고, 어떻게 하면 인스타에서 친해지는지. 5초짜리 영상이 다 가르쳐준다.

하지만 길들인 뒤에 오는 바카라임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상대가 시시해지고, 투정 부리고, 별 볼 일 없어 보일 때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 그게 바카라임이다.

어린왕자는 장미가 시든 뒤에도 돌아갔다. 시들었기 때문에 돌아가야 했다. 그게 길들인 자의 예의다.

우리도 누군가를 내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 사람이 가장 볼품없을 때 곁에 있을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내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길들임은 시작이 아니라, 끝까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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