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져야 하는 것

by아리김

가볍다는 말은 좋은 뜻으로도, 좋지 않은 뜻으로도 쓰인다.

사람이 가볍다고 하면 대개는 촐랑대며 생각이 얕고
말과 행동이 경솔하며, ​ 진정성이 부족한 사람을 떠올린다.

반대로
사람에게 무게가 있다는 말은 한 번 더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며, 마음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사람이 가볍다는 것은
몸의 무게가 아니라 생각과 마음의 무게를 말하는 셈이다​

실제로 몸이 가벼운 사람에게는
'가볍다'보다 '날씬하다'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그만큼 우리는 옛부터
사람의 무게를 몸이 아닌 마음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마음씀이 가볍다'는 말은 좋은 뜻이 아니다.
성의가 없고, 진심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마음이 가볍다'는 말은 오히려 좋은 말이다.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산뜻하고 편안한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한 글자 차이인데도 의미는 정반대가 된다.

그렇다면 마음이 가벼우면서도 마음씀에는 무게를 담을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운 사람일수록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고,
주변 사람도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

불안과 집착이 적을수록 마음을 온전히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벼워져야 하는 것은 마음의 짐이지, 마음의 깊이가 아니다.

생각은 깊고, 마음은 진중하지만, 불필요한 걱정은 내려놓고 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
마음은 가볍되 마음씀에는 무게가 있는 사람.

아마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존재는 가볍게, 행위는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