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찌우기

무엇을 먹는가 -

by아리김


가끔은

배를 채우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을 때가 있다.
단순히 식사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도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글을 쓸 때가 그렇다.
글을 써 내려가고 고치고 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른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어느새 저녁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그제야 '아, 밥을 안 먹었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붓을 들고 색을 하나씩 올리다 보면,
두세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차 한 잔과 초콜릿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이미 좋아하는 일에 깊이 몰두하는 동안,
가슴이 먼저 가득 차기 때문일까.

그러면 배도 조용해진다.

신기한 일이다.
분명 몸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마음이 풍요로우면 허기마저 잠시 잊어버린다.

반대로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왠지 허전했던 날들이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마음은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새삼 느낀다.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쩌면 사람은 빵만으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도

이런 뜻인지 모르겠다.

물론 몸을 돌보는 일은 중요하다.

좋은 음식을 잘 챙겨 먹고, 잘 쉬고,
건강을 지키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마음도 좋은 것들로 자란다.

사랑, 좋은 사람, 바카라 한 권,
그리고 몰입할 수 있는 글쓰기와 그림.

그런 시간들이 조금씩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고,
보이지 않는 내 안을 든든하게 살찌워 준다.

그래서 마음이 오래 굶주리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허전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반대로 마음이 진정으로 살아나는 일을 하고 있으면,
때로는 작은 간식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오후를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찌우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자란 마음이
다시 나를, 그리고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씩 더 따뜻하고 든든하게 채워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