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사랑이 그리움이 되는 순간
매일 볼 때는 몰랐다.
늘 곁에 있는 사람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비슷해서, 따뜻하다는 생각보다 그저 오늘도 밝구나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아침에 만나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고, 점심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고, 하루의 끝에서 서로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볼 수 있었고,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일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일 보던 사람을 일주일에 한 번 보게 되면서, 평범했던 하루에 작은 빈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맛있는 걸 먹으면 네가 생각나고, 웃긴 일이 생기면 습관처럼 네게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길을 걷다 네가 좋아할 만한 것을 발견하면 잠깐 걸음을 멈추게 되고, 아무 일도 없는 날에는 오히려 네가 더 자주 떠오른다.
마치 늘 같은 자리에 있던 가구 하나가 사라진 방처럼.
분명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이상하게 전과 같지 않다.
처음에는 일주일쯤이야 금방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각자의 하루를 잘 살아내다 보면 금세 다시 만날 테고, 오히려 쌓인 이야기가 많아져 더 반가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에게 일주일은 달력에 적힌 일곱 칸보다 조금 길었다.
월요일에는 아직 멀었다 생각하고, 수요일쯤에는 이제 절반 왔다 생각하고, 약속한 날이 가까워지면 괜히 마음이 먼저 그날에 도착해 있다.
그렇게 기다리다 너를 만나면 시간은 또 야속하게 빨리 흐른다.
같이 밥을 먹고, 걷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을 건너오느라 그렇게 느렸던 시계가 너를 만난 순간부터 갑자기 서두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괜히 조금 더 걷는다.
딱히 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직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는 벌써 다시 네가 보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보고 싶다’는 말을 꽤 쉽게 사용했다.
연인이라면 으레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네 글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얼굴이 보고 싶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네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고 싶다는 것,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다는 것, 걷다가 자연스럽게 보폭을 맞추고 싶다는 것.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물고 싶다는 것.
그러고 보면 그리움은 사람의 빈자리를 재는 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마음의 크기를, 조금 멀어지고 나서야 조용히 보여준다.
매일 만날 때는 오늘 못한 이야기를 내일 하면 됐다.
오늘 조금 일찍 헤어져도 내일 다시 보면 됐고, 다음이라는 말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다.
그래서 함께했던 순간들을 조금 쉽게 흘려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다시 올 것 같은 계절은 풍경을 자세히 보지 않게 만드는 것처럼.
하지만 기다림이 생기고 나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들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함께 걷던 길, 밥을 먹다가 마주쳤던 눈, 별것 아닌 말에 같이 웃었던 순간.
그때는 너무 평범해서 기억하지 않을 것 같았던 장면들이 오히려 오래 남는다.
아마 사랑은 그런 식으로 일상에 숨어 있었나 보다.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밥을 먹고 걷고 오늘 있었던 일을 가장 먼저 이야기해주는 아주 작은 순간들 사이에.
나는 그걸 오랫동안 그냥 평범한 하루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평범함에서 조금 멀어진 뒤에야 알게 됐다.
그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랑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너를 본다.
함께하는 시간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이상하게 내 하루에서 네가 차지하는 자리는 더 선명해졌다.
멀리 있는 불빛이 어두워질수록 또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만나기 전에는 보고 싶고, 만나면 시간이 아쉽고, 헤어지고 돌아오면 또 보고 싶다.
그래서 또 일주일이라는 거리를 천천히 건넌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살면서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평범한 하루 한가운데에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긴 일주일 끝에는 결국 다시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움은 어쩌면 사랑이 남겨놓은 그림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생기듯,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제는 네가 보고 싶은 날이면 그 마음을 굳이 밀어내지 않으려 한다.
다음에 만나면 조금 더 천천히 걷고, 별것 없는 이야기도 조금 더 오래 듣고, 헤어지기 전에는 네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려고 한다.
매일 볼 때는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
보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내 하루의 빈칸마다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