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부자재 200세트에 빠진 조립 안내서, 다시 넣는 10만 원은 누가
“그 정도는 포함된 줄 알았습니다.” 가구 제조 C사의 부자재·조립용품 200세트 포장을 마치려는 날이다. 나는 조립 안내서를 넣으려면 추가 작업비 10만 원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C사 담당자의 답은 짧다. 창고에서는 이미 봉한 상자를 다시 열고 안내서를 넣은 뒤 봉해야 한다.
내가 보낸 첫 견적서에는 ‘부자재 포장 및 출고 준비 40만 원’이라고 적혀 있다. 부자재 두 품목을 한 상자에 담는 작업만 계산한 금액이다. C사는 조립에 필요한 안내서도 당연히 들어간다고 이해했다. 양쪽 모두 자기 설명에는 빈틈이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견적서의 짧은 문장에는 각자의 생각이 모두 적혀 있지 않다. 이 사례의 금액은 모두 부가세 별도다.
‘원래 별도입니다’라고 쓰려다 최초 요청 메일부터 다시 연다. 내가 받은 구성표와 창고에 전달한 작업 지시서가 같은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일은 견적을 만들 때 양쪽이 어떤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되짚는 일이다. 기억이 선명한 사람부터 옳다고 정할 수는 없다.
거래처가 일반적인 포장 업무에 조립 안내서 삽입도 포함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앞선 협의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추가 요청임을 알면서 기존 금액에 맞추려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능성만으로 현재의 사실을 정할 수는 없다.
더 먼저 살필 반례가 있다. 거래처가 처음 보낸 구성표에 이미 안내서가 있었는데 우리가 견적 산출에서 빠뜨렸을 수 있다. 메일 첨부에 완성 예시가 있었고, 안내서 위치까지 표시돼 있었다면 우리 쪽 확인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새 요청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견적서만 읽지 말고 최초 요청 메일, 구성표, 샘플 사진, 변경 이력을 함께 본다. ‘최초 협의 때 조립 안내서가 포함된 자료를 보내주셨다면 다시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당시 자료와 작업 지시를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묻는다. 증거를 내놓으라는 추궁보다 양쪽의 기억을 맞추는 요청에 가깝다.
안내서 삽입이 최초 범위에 있었다면 우리의 견적 누락과 현장 전달 누락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반면 안내서 추가가 나중에 정해졌다면, 새 작업 자체와 이미 봉한 상자를 다시 여는 작업을 나누어 설명한다. 상대는 안내서 한 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비용은 재개봉과 재검수에서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이 사례에서 10만 원이 무엇에 쓰이는지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재개봉·안내서 삽입·재봉함에 8만 원, 최종 수량과 봉함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데 2만 원을 산정했다고 하자. ‘추가 작업이니 10만 원’보다 비용 발생 과정을 이해하기 쉽다. 다만 이 금액은 이 사례의 산정이며 다른 작업에도 통용되는 요율은 아니다.
우리가 누락한 범위라면 추가 비용 없이 수습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한다. 양쪽의 문서가 모호하다면 10만 원 중 일부를 나누어 부담하는 협의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용에 합의하더라도 원래 출고 시간을 지킬 수 있는지는 따로 판단한다. 사과를 했다는 이유로 불가능한 작업 시간을 약속할 필요는 없다.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에는 “추가 요청”이라는 이름을 먼저 붙이지 않는 편이 낫다. 작업 담당자에게는 안내서 삽입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라고 알리고, 확인이 필요한 작업 단계와 다른 확정 작업을 구분한다. 불필요한 재작업이 더 늘지 않도록 현장 진행 상태를 확인하되, 이미 합의한 전체 출고를 임의로 멈추지는 않는다. 범위 확인, 비용 협의, 출고 가능 시각을 한 문장에 섞으면 어느 하나만 동의한 답을 전체 승인으로 읽기 쉽다.
“최초 구성표를 다시 확인하니 조립 안내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저희가 견적과 작업 지시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200세트의 안내서 삽입과 재봉함은 추가 비용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오후 두 시까지 확정 안내서 200장을 전달받으면 검수 후 내일 오전 열 시 출고가 가능합니다. 안내서 전달 시간과 해당 출고 일정 확인 부탁드립니다.”
“확인한 자료에서는 안내서 삽입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고, 저희 견적에도 제외 범위를 충분히 적지 못했습니다. 현재 200세트의 재개봉부터 재검수까지 추가 작업비는 10만 원(부가세 별도)입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5만 원을 부담하고 귀사 부담액은 5만 원(부가세 별도)으로 하는 안을 제안드립니다. 오늘 오후 두 시까지 안내서 수령과 비용이 확정되면 내일 오전 열 시 출고로 준비하겠습니다. 검토 후 회신 부탁드립니다.”
“최초 구성표와 확정 견적을 확인한 결과, 당시 범위는 부자재 두 품목의 합포장이며 조립 안내서는 이번에 추가된 항목입니다. 이미 봉함이 끝난 200세트를 다시 작업해야 하므로 기존 금액에 포함해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 오후 두 시까지 안내서 수령과 추가 작업비 10만 원(부가세 별도)이 확정되면 내일 오전 열 시 출고가 가능합니다. 이 조건을 확인해 주시면 작업 순서를 확정하겠습니다.”
답장 세 가지는 같은 사실을 유리하게 골라 쓰는 문구가 아니다. 실제로 확인된 경위에 맞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최초 자료에 안내서가 있었다면 없었다는 전제의 거절 답장을 사용할 수 없다. 비용을 지키는 일보다 먼저 설명의 바탕이 맞아야 한다.
합의 뒤에는 수정된 구성표를 현장에 전달하고, 완성 샘플과 200세트의 작업 완료를 확인한다. 다음 견적에는 동봉물 종류와 수량, 봉함 이후 변경 시 재작업 협의 여부를 적는다. ‘포장 일체’라는 한마디를 구체적인 범위로 바꾸는 것이 이번 대화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실제 개선이다.
새 요청으로 안내했더니 “처음 보낸 사진에 안내서가 있었는데요.”
“해당 사진과 보내주신 시점을 확인하겠습니다. 최초 협의 자료에 안내서가 포함돼 있었다면 그 내용을 기준으로 저희의 견적·작업 지시 누락을 검토하겠습니다. 현재 자료를 확인하기 전에는 안내서가 새 요청이라는 전제로 비용 승인을 요청하지 않겠습니다.”
“반씩 부담하자는 건 실수를 인정하신다는 뜻인가요?”
“귀사 부담액 5만 원(부가세 별도)을 제안드린 것은 현재 확인한 자료에서 안내서 삽입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드린 협의안입니다. 자료를 더 확인해 최초 범위가 분명해지면 그 경위에 맞춰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비용 부담안과 별개로 안내서 전달 시간, 가능한 출고 시각도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가구 영업에서도 견적에 적힌 품목과 고객이 기대한 완성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나는 C사가 처음 보낸 첨부파일을 화면 왼쪽에, 창고에 전달한 작업 지시서를 오른쪽에 띄운다. 완성 예시에는 조립 안내서가 보이는데 내 작업 지시서에는 빠져 있다면, 고객에게 설명을 더 잘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견적을 승인받을 때 완성 구성표도 함께 확인하고 같은 버전을 창고에 보내야 한다. 다음 견적에는 “포장 일체” 대신 부자재 두 품목, 조립 안내서 한 장을 적는다. 고객과 내가 같은 상자 안을 보고 승인하도록 만드는 일도 영업의 몫이다.
다음 본편은 ‘다른 곳은 더 싸게 해준다던데요’입니다. 화학제품 100박스를 옮기는 80만 원과 65만 원 견적, 취급조건을 확인한 뒤 나란히 놓을 여섯 항목을 다룹니다.
업체는 익명 기호로 표시했으며, 사례의 세부 조건과 대화는 설명을 위해 재구성했습니다.
함께 읽기 본편 01 이번 건만 도와주세요
여기까지 세 편의 답장과 후속 대응을 무료로 공개합니다. 다음 요청 앞에서도 직접 쓸 문장이 필요하다면 멤버십의 본편 04~12, 해설 8편과 답장 문장집을 이어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