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질 이유 없어도 비껴가기를

by김하정

건너편 아파트 건설 현장에 3개의 타워 크레인이 하늘을 향해 서 있다. 낮에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고 옮기는 일을 하다가 밤이 되면 본업을 접고 별빛보다 쨍한 불빛을 달고 하늘과 교신한다. 어둠이 가시면 접겠지 싶었는데 낮에도 계속 반짝거린다. 모스 부호처럼 모호하지도 전문적이지도 않는 단지 반짝임으로 자기를 알릴 뿐이다. '나 여기 있어. 알겠어'와 같겠지만 특정한 존재로 보이기보다는 뭉뚱그려 물체의 형태로라도 있고 없음만 전달하는 것이다.


위치를 알리고 확인하는 것이겠지만 만나기 위함이 아니라 어긋나기 위함이다. 달리 척질 이유 없어도 비껴가야 서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서로의 위치 파악만으로 모든 교신은 끝이 난다. 그 외의 모종의 말이 더 오가길 바라지만 딱히 있을 게 없다. 다른 기종의 비행기였다가 헬기였다가 하늘의 대상만 바뀔 뿐이다. '하늘 길에 저해되지 않게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요' 겠지만 서로를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만나기도 전에 먼발치에서 작별하는 것 같아 바라보는 이만 아쉽고 애달프다. 임재범의 고해가 생각났다가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떠오르는 것은 신파에 길들여진 탓일까. 저들은 오히려 덤덤하다. 한편으론 간단한 신호만으로 상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셈이니 가깝거나 멀어서 병날 일은 없겠다 싶다. 너무 멀어지면 소외감에 절고 너무 가까우면 사사로워져서 오십 보 백보로도 첨예해지는 사람의 관계와 사뭇 다르다.


그럴 바엔 바라는 것 없이 무소의 뿔처럼 한 가지만 보고 가는 저들의 신호가 바람직해 보인다. 적어도 서로의 실체를 알기 전에 짐작만으로 무성할 일은 없겠다. 볼 수 없어서 보이지 않아서 넘겨짚는 일은 없겠다. 서로의 지금을 알면 그 신호에 따라 잠시 비껴 나 있기도, 마주 보기도 하면서 더 살뜰해질 것이다. 소외되지도, 첨예해지지도 않게 우리 안에 서로에게 보낼 빛을 달아볼 일이다. 물리지 않고 내내 빛날 빛을..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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