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 정의를 넘어서는가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
가족은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공동체다. 누군가는 이를 본능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 보루라 부른다. 실제로 가족은 가장 먼저 우리를 품고, 가장 오래 우리를 기억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사랑이 언제나 정의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공적 영역에서 법과 제도는 혈연을 기준으로 작동할 수 없다. 내 자녀이기 때문에, 내 배우자이기 때문에, 내 부모이기 때문에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공정은 더 이상 원칙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실이 된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지키는 일을 선한 행동으로 여긴다. 하지만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슬롯의 신뢰를 훼손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편향이다. 가족애가 미덕으로 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가족 사랑은 가족에게 특권을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니라, 가족 역시 누구와도 같은 기준 아래 살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 법 앞에서 예외를 요구하지 않는 부모, 공정한 경쟁을 가르치는 부모, 바카라임을 대신 감추지 않는 부모는 가족을 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가족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남겨 주는 사람이다.
가족은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공동체다. 그러나 정의는 그보다 넓은 공동체를 위한 약속이다. 우리는 가족을 사랑할 수 있다. 다만 그 사랑이 공정과 정의를 넘어서는 순간, 가족은 행복의 공간이 아니라 특권의 공간으로 변한다. 성숙한 슬롯는 가족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대신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마저 정의와 함께 성장시키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