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러닝

주말에는 달린다.

by글날 스케치MOON

검은색 뉴발란스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핸드폰과 에어팟을 넣은 힙색을 허리에 둘러맨채 일단 현관문을 나섰다. 무조건 집밖으로 나서야 운동이란걸 하는 나로서는 헬스장과 한강 산바카라길 두군데를 고민하다가 자연스레 한강 나들목으로 발을 옮긴다.

아침 해가 머리만 올라와도 공기가 뜨거워 숨이 막히던 날이 얼마전까지였는데, 구름이 살짝 덮어준 덕분에 햇빛의 강도가 약해졌고, 바람도 잔잔히 불면서 새삼 계절이 바뀌는 시점을 인식하게 된다. 오전 8시 집을 나서는 시간에는 귀뚜라미 울음이 더 커졌고, 최근까지 밤샘 작업을 마다않던 매미마저 이제는 소리를 감췄다.


주말 이른 아침부터 한강변을 뛰는 이들이 꽤 많다. 가벼운 민소매와 얇은 반바지 차림의 러너들은 체온조절과 땀배출에 최적화된 복장으로 가볍게 나를 제쳐 지나가고, 저마다의 표정에 한껏 상기된 기분을 표현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면 그런 긍정적 자극을 받고싶어서 한강으로 발이 자연스레 이동했는지도 모른다.

러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작고 마른 체구들이 보통이다. 각 러너들의 시작점은 어디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얇은 옷에 뭍어난 땀을 통해 5km를 뛰었는지 10km를 뛰었는지 대략적인 예측을 해보는것도 한강변 러닝을 즐기는 나만의 재미중에 하나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주로 혼자 뛰지만, 2명 정도 메이트와 함께 뛰는 모습을 마주하다보면 함께 운동을 즐기는 그들의 우정이 멋있기도 했다. 연령대는 30대가 절반을 차지하는듯 하지만, 다양한 연령과 성별이 한강을 뛰고, 때로는 60대 이상의 남성분들의 바라보며 쓸데없이 남의 관절을 염려하기도 한다. 내 발목과 관절이나 신경 쓸 일이지 정말 오지랖이다.

몇년 전 급격하게 체중이 올라서 살을 빼겠노라 3개월동안 매일 한강러닝을 했는데, 나중에 누적된 거리를 확인해보니 3개월간 무려 약 800km를 뛰었다. 한강 다리 두개 정도의 거리를 왕복으로 다녀오면 대략 7~ 8km이고, 오전/오후 매일 그렇게 뛰다보니 실로 엄청난 거리였다. 주변에서는 부산까지도 왕복으로 뛰어갔다 오겠다며 놀라워하기도 했고, 그렇게 많이 뛰었던 나 스스로에게도 기특함을 담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체중이 빠진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리 힘을 살짝 밀어주는 아침 바람이 상쾌하다. 여름 공기층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가을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중이고 길가에 핀 보라빛 나팔꽃은 계절의 위치를 일깨워준다

한강 너머로 여의도 빌딩숲과 함께 63빌딩도 함께 보인다. 한화에서 주관하는 2026년 세계불꽃축제가 곧 열릴 계획이라고 했는데 다음 주 러닝길에는 수많은 돗자리꾼들에게 길을 뺏기지 싶다. 곧 불꽃축제의 폭약을 가득 담은 바지선이 속속 등장할테고, 안전관리를 위한 펜스가 이 길을 가득 채우게 되면 그 때는 나도 이곳에서 서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눈과 마음에 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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