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에필로그
햇살의 동행.
그 포근한 이끌림을 따라
나는 숲으로 들어갔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 마음을 기대고,
차디찬 커피 한 잔이면 족하다고
나는 몇 번이고 나를 달랬다.
정말 족하다고.
어쩌면 그 말은 만족이 아니라,
더는 바랄 수 없어 되뇌는 간절함이었나.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스스로에게 건네는 서글픈 위로였는지도.
세상의 모든 것을 잠시 멀리 두고
이름도, 역할도, 기대도,
나를 둘러싼 수많은 얼굴마저
숲 밖에 내려놓고 싶었다.
그래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나.
그런데도 끝내 내려놓지 못한 것이 있었다.
오래 입어 몸에 밴 나였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어 지어 입고,
세상이 건네준 이름으로 살아온 나.
벗으려 할수록 어깨에 더 깊이
걸려버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나.
그 옷을 벗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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