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 버려질 것들조차 함부로 구겨 던지지 않으려는 이유
과자 봉지를 뜯고 다 먹은 뒤,
늘 봉지를 재미있게 접어 버린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빵이든 과자든, 빈 봉지를
먼저 모서리를 맞춰 두세 번 접는다.
네모난 정사각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동그랗게 말아 쥐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쓰레기통에 넣는 법은 없다.
때론 축구공처럼 발로 차고,
때론 배구처럼 강스파이크를 날리고,
때론 농구처럼 3점 슛을 던진다.
내 손을 거쳐간 모든 봉지는
그렇게 쓰레기통에 골인하며
자신의 마지막을 맞는다.
누가 시킨 적도, 의식해 본 적도 없는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손버릇.
나는 그저
‘내 유난스러운 성격’이려니 했다.
그러다 심리학을 연구하며
이 사소한 나의 동작 안에서
몇 가지 마음의 결을 발견했다.
타인의 행동이 아닌
자신의 습관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면에만 존재하는 나를 마주하는
가장 진솔한 통로가 되어주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완결감이다.
나는 어떤 일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면
그 잔상을 오래, 선명하게 마음에 담아두곤 한다.
마치 풀리지 않은 수학 문제처럼
끝나지 않은 일은 마음 한구석에
끊임없이 신경 쓰이는 흔적을 남긴다.
과자를 먹는 일은
봉지를 뜯는 순간 시작되어
마지막 한 조각을 삼키며 끝난다.
그런데 구겨진 봉지를 그대로 버리면
그 경험마저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채
끝난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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