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마다 폭발한다

심장이 먼저 알아채는 아드레날린의 순간들

byItz토퍼
mBazXDPb.pngby Genspark


사람에게는 저마다 심장이 가장 빠르게 뛰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높은 곳에 올라섰을 때일 것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직전일 것이다. 경기장에서 극적인 골이 터지는 순간일 수도 있고,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빠져나오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 순간이면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손에 땀이 나고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긴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흥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때로는 짜릿하다고 표현한다.


우리 몸에서는 이때 아드레날린(adrenaline)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드레날린은 위험이나 강한 자극에 대응하기 위해 몸을 즉각적으로 각성시키는 물질이다.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호흡을 활발하게 만들며, 근육을 행동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시킨다.


마치 몸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지금은 평소와 다른 순간이야.

긴장해야 돼. 지금부터야!”


그런데 이 반응이 꼭 공포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것 같은 순간과 롤러코스터가 빠르게 내려가는 순간은 전혀 다른 감정처럼 보이지만, 둘 다 강한 신체적 각성을 만들어낸다. 같은 두근거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쾌감이 된다.


결국 아드레날린은 감정의 이름이라기보다 몸을 ‘지금’으로 데려오는 강렬한 각성에 가깝다.


86cd3bb4-1cb9-4e9d-9a68-6c4e76d7dc9a.pngby ChatGPT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은 꽤 자주 찾는다.

정확히 말하면, 주말마다 그렇다.


첫 번째는 축구다.


주말 저녁과 새벽이면 각국의 프로축구 경기를 찾아본다. 경기 내내 특별한 일 없이 앉아 있다가도, 내가 응원하는 팀의 공격수가 상대 진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패스 하나에 시선이 따라가고, 슈팅 직전에는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리고 공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생각할 틈이 없다.

가족들이 깜짝 놀라서 깨는 순간이기도 하다.


서재에서 소리를 지르고, 벌떡 일어나고, 옆에 있는 냥냥이를 부둥켜 안기도 한다. 방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심장이 갑자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의 극장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단순히 한 골을 넣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몇 초 전까지의 초조함, 경기의 흐름, 내가 응원하는 팀에 대한 감정, 그리고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가 한꺼번에 모여있다. 그 순간 골은 더 이상 공 하나가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사건이 아니다.


기나긴 시간 동안 쌓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순간이다.


두 번째는 영화다.


시간은 남고, 딱히 할 일은 없고, 그렇다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는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심심한 일상에 조금은 자극적인 간을 맞춘다. 내가 찾는 것은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다.


영화 속에서는 실제로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니다. 나는 안전한 의자에 앉아 있다. 주인공이 자동차를 몰고 질주하고, 총격을 피하고, 건물이 무너져도 나는 다치지 않는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고, 마지막 순간에 반전이 일어나도 내 목숨이 걸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심장은 흥분하면서 반응한다. 내가 그 주인공인 것처럼.


주인공이 절벽 끝을 향해 자동차를 몰고 갈 때, 추격자가 바로 뒤까지 쫓아왔을 때,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기 직전일 때면 나 역시 화면에 몰입하다 못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머리로는 그것이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몸은 잠시 그것을 잊는다. 화면 속에서 자동차가 빠르게 질주하면 심장도 따라 뛰고,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면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인다.


물론 실제 위험과 영화 속 위험에 대한 신체 반응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강한 긴장감과 몰입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잠시 흐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 심장까지 함께 날뛴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직접적인 경험, 로드바이크다.


사실 나는 '로드바이크광'이다.

고교 시절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때론 새벽에 첫 라이딩을 혼자 나갔다가, 오전에 다시 제자들과 지인들로 구성된 동아리모임을 이끌고 두 번째 장거리 라이딩을 나가기도 한다. 하루 동안 대략 150km 이상을 달리는 셈이다.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로드바이크를 타고 긴 오르막을 넘은 뒤, 다시 긴 내리막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순간이다.


'업 앤 다운, 슬로우 퀵!' 타임.


주말, 평소와 달리 추운 겨울 날씨 탓에 동아리 라이딩을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그래도 집에만 있기에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다. 그래서 혼자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하고 새벽어둠 속으로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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