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Silence of the Words : 에스프레소 향만 남은 날
지난 글, ‘말들의 침묵 - 상편’에서 우리는 침묵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조금은 다른 결의 무게에 대해 나눠보려 한다.
지인 중에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친구.
어느 날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던 중, 갑자기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이렇게 묻는다.
"교수님, 나이가 들면서 가장 참담한 심정이 들 때가 언제인가요?"
나는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질문은 나이 든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말과 같다고 대답할 뻔했으니까. 솔직히 그 짧은 순간 느낀 침묵의 무게는 수십 톤에 달할 정도로 무거운 것이었으니까.
"넌, 나를 확실한 노인네로 보는구나!'라는 말이 나올 뻔.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바로 세상과 모든 일 그리고 '시간'에 대해서 단 하나의 단어가 그 모든 것을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이자, '침묵'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단어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 선택하고, 때로는 세상에 의해 강요받는 그 고요한 상태 속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 침묵이 깊어질 때, 침묵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고개를 드는 감정이 있다.
바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깊은 깨달음.
'무력감(無力感)'이란 '녀석'이다.
그날 우리는 대화가 끝난 후, 쓰디쓴 에스프레소로 건배를 나누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바로 이 '녀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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