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집에 가다.

by글라라



해나는 엄마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이 다다르면 해나는 엄마가 오는 길목에서 그녀의 자전거가 오는 소리를 매일같이 들으려 밖으로 나갔다.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도 있지만 해나의 마음속에는 천 원이 큰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나이이기에 용돈을 받으려고 하는 목적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는 엄마에게 몇 번이나 투정을 부린다.

“천 원으로 뭐 하려고 그러는데?”

미영의 짜증 섞인 물음에도 해나는 친구들과 놀 때 필요하다며 계속 졸랐다.

“친구들이랑 떡볶이 사 먹을 거야.”

해나는 서운한 마음에 엄마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뾰족한 말들을 쏟아냈다. 미영은 그런 해나를 모르는 척하려다가 결국 큰소리로 나무랐다.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해야지. 어딜 위험하게 돌아다니려고 그래?”

미영은 자신의 지갑 사정을 아이에게 말할 수 없었다. 당장 천 원조차 선뜻 꺼내주기 어려운 형편이 부끄러워 엉뚱한 핑계로 해나의 투정을 외면했다.

하지만 엄마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해나는 더욱 큰 목소리로 대들었다.

“맨날 달라는 것도 아니고! 피아노 학원도 안 된다고 그러고. 치,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해나는 미영에게 말을 쏘아붙이고 나니 혼이 날 것 같아, 해나는 미영이 붙잡기도 전에 집을 뛰쳐나와 놀이터로 도망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해나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자 미영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찾아 나섰다.

‘해나 저 녀석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고…….’

그래도 해나는 미영이 처음으로 품에 안은 첫 아이였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사립유치원에 보냈고, 한글과 시계 보는 법을 또래보다 일찍 익히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잘 가르치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아이였다.

‘우리 해나는 뭐든 잘할 것 같아. 별이는 그림을 좋아하니까 그것도 가르쳐주고…….’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자 용돈 천 원을 주지 못한 미안함이 가슴 깊이 사무쳤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별 탈 없이 자라주는 아이들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한편 놀이터에 혼자 앉아 있던 해나도 엄마에게 소리를 지른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서운한 마음도 남아 있지만 엄마에게 투정 부린 자신이 혼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먼저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멀리서 미영의 모습이 보였다. 미영은 놀이터를 둘러보다 해나를 발견하고 손짓했다.

“해나야, 저녁 먹을 시간이야. 어서 와.”

해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크게 혼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엄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을 데리러 와 준 엄마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다가갔다. 미영은 아이를 나무라지 않고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해나는 자신보다 훨씬 큰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해나는 엄마의 크고 따뜻한 손과 포근한 등을 좋아했다.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가 떨어진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지만 한쪽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심하게 아파왔다. 이상하게 여긴 미영이 어깨를 살피자 해나는 그제야 통증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미영은 그런 해나를 등에 업고 병원까지 한참을 뛰었다. 추운 겨울 해나는 골절로 인해 한쪽 어깨 전체에 붕대를 감고 다녀야 했다. 어렸을 적 기억이라 점차 흐릿해져 갔지만, 엄마의 등에 업혀 느꼈던 온기만큼은 아직도 잊지 못했다.

두 사람은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미영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준비했다. 해나는 동화바카라을 읽고, 별이는 그림을 그리며 엄마가 차려줄 밥상을 기다렸다. 미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프라이를 부쳤다. 평소에는 한 개씩만 올려주었지만 그날은 마음이 쓰여 두 개씩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준비했다. 별이가 좋아하는 콩나물국도 맵지 않게 끓였다.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미영이 친정에서 보내준 김, 계란프라이와 콩나물국이 전부였다. 그래도 해나와 별이는 엄마와 함께 둘러앉아 먹는 저녁 시간을 무척 좋아했다. 해나는 노릇하게 익은 계란프라이를 바라보다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려했다. 하지만 입술만 달싹였을 뿐 끝내 말하지 못했다. 용돈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후에 일은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냥 넘어가고 내일 용기 내어 이야기해야겠다며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엄마는 늘 자신의 곁에 있을 테니까.

저녁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영은 아이들을 재촉했다.

“해나야, 별아. 너무 늦었어. 어서 씻고 자야지.”

별이는 엄마 옆에서 자겠다며 먼저 달려들었다. 그러자 해나도 질세라 엄마 옆자리는 자기 것이라고 우겼다. 두 아이가 서로 엄마 옆에서 자겠다고 다투는 모습을 보며 미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한 일일지 몰라도 미영에게는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없었다.

“알았어. 엄마가 가운데 누울 테니까 어서 씻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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