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셔플댄스

by빛나다온

유튜브 알고리즘은 가끔 무섭다. 몇 년 전 우연히 본 시니어 셔플댄스 영상이 그렇다. 연배가 있는 분들이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스텝을 밟는 모습은 단순히 춤을 넘어 멋짐 그 자체였다. 하지만 내 마음을 뺏어간 결정타는 따로 있었다. 마치 계단을 구름 위를 걷듯 사뿐사뿐 올라가는 외국인 남성들의 영상이었다. 화려한 런닝맨 힐(Running Man Heel)과 크로스 스텝(Cross Step)으로 계단을 정복하는 그 가벼운 발놀림을 본 순간 내 심장도 이미 그 리듬을 따라 런닝맨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https://youtube.com/shorts/1FPY9_2RpwE?si=QZOHjq_qx-dq-zyl

제가 뿅간 계단 셔플 영상


"이건 못 참지. 나도 할 수 있겠네"


자신만만하게 거울 앞에 섰지만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바로 머리와 발 사이였다. 화면 속 그들은 깃털처럼 가벼웠는데 왜 내 발은 바닥에 자석이라도 붙은 듯 천근만근인지 젊은 사람들도 '헉헉' 거릴 이 격렬한 운동이 어째서 시니어 운동이라 불리는지 의문이 들어 독학을 포기하고 전문 강사의 손길을 찾기로 했다.

셔플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를 맞이한 건 기본 중의 기본인 런닝맨(Running Man)이었다. 그런데 이 런닝맨 정말 사람 잡는 스텝이었다. 발동작은 흉내 내겠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뛰어야 하니 한겨울인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헥, 헥, 헥... 하아, 하아..."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정신은 아득해지는데 강사님은 자꾸만 나를 앞줄로 소환하셨다.

"런닝맨만 잘해도 셔플의 절반은 끝난 거예요. ㅇㅇ씨 잘하시네요" 라며 칭찬에 힘입어 찰스턴(Charleston) 찰스턴 사이드(Charleston Side), 런닝맨 턴(Running Man Turn), T스텝(T-Step), W스텝(W-Step) 등등 식은 죽 먹기로 마스터했다. 말레이시안 런닝맨(Malaysian Running Man)까지 척척 해낼 때만 해도 내가 셔플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바로 브이스텝(V-Step) 한 발씩은 되는데 양발을 번갈아 속도를 높이려니 스텝이 자꾸 꼬여 내 발이 내 발이 아닌 상황이 벌어졌다. '아, 여기서 막히는 건가?' 싶은 찰나 부득이하게 수업 장소가 집과 너무 멀어져서 4회 수업 후 셔플과 아쉽게 이별을 하게 되었고 몇 년이 흘렀다.


어느 날 강사님으로부터 반가운 문자가 왔다. 학원을 확장 이전했다는 소식. 마침 지금 즐겁게 배우고 있는 폴댄스 수업과도 요일이 겹치지 않고 집이랑도 가까웠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강사님은 공연 제안까지 하셨다.


"갈까, 말까? 다시 뛰는 게 무리는 아닐까?"


갈등의 기로에서 슬쩍 집 계단에 발을 올려보았다. 그런데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몇 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발바닥이 먼저 반응했다. 속도는 좀 느려도 그 느낌과 리듬이 살아있었다.


"네, 좋아요. 다시 시작해 볼게요."


여전히 숨은 가쁘고 얼굴은 빨간 고무 대야가 되고 땀은 비 오듯 흐른다. 하지만 거울 속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까지 스텝을 놓지 않는 내가 있었다. 어설프지만 그 열정적인 모습이 꽤 근사해 보여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또 나 자신에게 반해버리는 걸까?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덧 사라졌다. 이제는 브이스텝과 문워크 조금 어려운 스텝들도 자연스러워졌다. 역시 연습한 만큼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무언가에 몰입하고 동작을 익힌다는 뿌듯함이 참 좋다. 너무 맛있어서 고발하고 싶을 만큼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학교 급식의 칼로리를 폴댄스와 셔플댄스, 그리고 헬스장에서 시원하게 태워버리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기분 좋게 즐기고 그만큼의 에너지를 경쾌한 스텝으로 소비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일상이 어디 있을까.


내 안의 깊숙한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경쾌한 리듬에 온몸을 실어본다. 그저 이 순간의 떨림과 움직임에 집중할 뿐이다. 운동이 선사하는 이 벅찬 활기참, 그리고 낯선 동작에 끊임없이 부딪히는 나의 도전 정신이 나를 매번 설레게 한다. 땀 흘리며 나아가는 내 모습에 오늘도 나에게 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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