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바꾸지 못한 케네디의 이름

대통령의 의지보다 오래 남는 법률과 동맹의 계약

by백진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대통령이 있다.


그는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고,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요구했다.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국제질서를 다시 협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구호는 명확했다.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그런데 최근 워싱턴에서 벌어진 한 사건은 이 구호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미국 대통령이 국가적 기념시설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했지만, 62년 전에 제정된 법률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는 것과 국가의 영향력을 다음 세대에 남기는 것은 과연 같은 일일까.


1. 62년 전의 법률이 현직 대통령을 막아섰다


워싱턴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1964년 미국 의회가 케네디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지정한 국가적 문화시설이다.


2025년 12월, 트럼프가 임명한 인사들이 장악한 이슬롯는 이 시설에 트럼프의 이름을 추가하기로 했다. 트럼프 자신도 센터의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의회가 법률로 지정한 명칭을 이슬롯가 임의로 바꿀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2026년 5월 연방법원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트럼프의 이름을 제거하도록 명령했다. 이슬롯는 8월에 개보수 공로를 기리는 문구를 새기고 주변 부지를 트럼프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했다.


9월 15일, 크리스토퍼 쿠퍼 판사는 이 시도 역시 금지했다.


의회의 승인 없이 케네디센터에 다른 인물을 기념하는 명칭이나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통령은 이사장을 맡을 수 있었다.


이사진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의회가 만든 법률까지 이슬롯의 결의로 바꿀 수는 없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판결 직후 이슬롯는 센터의 본관을 폐쇄하기로 의결했다. 센터 측은 시설 안전과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는 상급심에서 명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약 2억 5,700만 달러 규모의 개보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월 17일에는 법원이 건물 철거에 앞서 최소 30일 전에 통지하도록 명령했다. 명칭을 둘러싼 다툼이 시설의 존속과 운영 문제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트럼프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했는지가 아니다.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와 그 결과를 실현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서로 달랐다는 사실이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1964년의 법률이었다.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지만, 그가 마주한 제도는 62년 동안 유지되어 왔다.


미국의 패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당장 바꾸고 싶은 계약이 있다고 해서, 그 계약이 만들어 낸 수십 년의 관계까지 한 번에 다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미국이 만든 질서를 미국이 다시 협상하다


2025년 4월 2일, 트럼프는 광범위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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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미래를 상상하고, 에세이로 삶을 붙잡으며, 칼럼으로 세상의 구조를 해석합니다. 생활폐기물을 수거하는 현장에서 시작된 질문은 특허와 SF, 경제철학의 문장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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