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북한은 현대전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계속 하나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하면서 현대전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포병과 미사일만이 아니다. 드론이 날아다니고, 전자전이 벌어지고, 정찰과 타격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전쟁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현대전 경험과 군사기술을 얻고 있다며 한국에 더 적극적인 군사협력을 요구해왔다.
그의 우려 자체를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전 경험은 무섭다.
전쟁터에서 얻은 경험은 훈련장에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포병, 정찰, 지휘체계의 변화를 경험하고 그것을 북한군에 가져간다면 대한민국에는 분명 새로운 위협이다.
최근에는 젤렌스키가 러시아가 북한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을 제공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아직 우크라이나 측의 판단이므로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러북 군사협력이 병력과 포탄을 넘어 기술 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그 주장 가운데 한 가지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현대전을 배우고 있으니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통해 현대전을 배워야 한다는 전제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몇 년 전에 작성했던 보고서를 떠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나는 과거 한화시스템 1차 벤더였던 방위산업체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업무만 했던 것은 아니다.
체계업체를 대신해 새로운 기술과 사업에 대한 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때 이미 안티드론은 현장에서 검토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하나의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드론을 드론으로 잡는 방법도 있었다.
그물을 이용해 포획하는 방법도 있었다.
총탄으로 직접 격추하는 방법도 검토됐다.
탐지하고, 추적하고, 교란하고, 마지막에는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여러 방식이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경쟁하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천광’이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나 역시 오늘의 천광을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한다.
우리 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고 나서 처음 안티드론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공개자료도 그 기억을 뒷받침한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 이미 드론·안티드론 분야를 신속시범획득사업에 포함시켰고, 이후 레이더와 연동한 안티드론 통합체계가 계약되고 군 시범운용으로 이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것은 2022년 2월이다.
한국은 그보다 먼저 질문하고 있었다.
앞으로 드론이 전장을 바꾼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처음부터 레이저가 정답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품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여러 아이디어가 경쟁한다.
드론으로 드론을 잡는 것은 직관적이다.
그물로 잡으면 폭발물을 터뜨리지 않고 무력화할 수 있다.
총탄을 사용하면 기존 무기체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방어체계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수십 대, 수백 대의 드론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대를 잡는 데 얼마나 많은 탄약을 사용해야 하는가.
빗나간 총탄은 어디로 떨어지는가.
다시 장전하는 동안 다음 드론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결국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 남는다.
드론 한 대를 잡는 데 얼마를 써야 하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문제를 세계에 아주 잔인하게 보여줬다.
값싼 드론을 잡기 위해 값비싼 미사일을 사용한다.
공격자는 싼 드론을 계속 보내면 된다.
방어자는 모든 드론을 격추하고도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요격에 성공했는데도 패배할 수 있는 이상한 계산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강한 방공망이 아니었다.
전쟁의 가격표 자체를 뒤집는 방법이었다.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레이저였다.
강한 빛보다 어려운 것은 정확한 빛이다
레이저 무기는 흔히 강한 빛을 쏘는 무기로 설명된다.
하지만 실제 어려움은 단순히 출력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움직이는 작은 표적을 찾아내고, 계속 따라가면서, 먼 거리에서도 에너지를 한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
공기는 흔들리고 표적은 움직인다.
장비 자체에도 진동이 있다.
그 상황에서 빛을 원하는 위치에 계속 머물게 해야 한다.
결국 레이저 무기는 광학, 센서, 정밀구동, 신호처리, 냉각과 제어기술이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한국에 이런 기술적 기반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다.
우리 산업은 오랫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센서와 카메라 모듈, 정밀가공과 전자제어 기술을 축적해왔다.
특히 광학은 작아진다고 쉬워지는 기술이 아니다.
작은 공간 안에 여러 광학요소를 집어넣을수록 렌즈의 중심축과 기울기, 간격과 표면 형상, 코팅과 온도 변화까지 더 정밀하게 통제해야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손가락보다 작은 공간에서 수천만 대씩 거의 같은 성능을 내는 것은 단순한 렌즈 기술이 아니다.
정밀가공과 조립, 제어를 산업화했다는 의미다.
천광은 그런 산업기반과 국방 연구개발이 만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레이저대공무기 개발은 2019년부터 진행됐고, 천광은 2024년 12월 세계 최초로 전력화됐다.
그리고 2026년 5월에는 핵심 구성품인 레이저발진기까지 국산화됐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이를 통해 국산화율은 기존 약 76%에서 90%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후 양산 물량에는 국내 기술로 제작된 발진기가 적용된다.
그러니까 2026년 10월 1일 천광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미 개발돼 있었다.
이미 전력화돼 있었다.
기술도 계속 국산화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른 곳에 있어야 한다.
왜 지금 보여줬을까.
그리고 9월 말, 사건들이 겹쳤다
9월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선에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이송 사실이 공개됐다.
민감한 사안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유엔총회 연설에서 직접 밝혔다.
한국에서는 공개 시점과 방식에 대한 불편함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참전을 계속 강조하면서 한국에 더 적극적인 군사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9월 21일 DMZ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장병들이 부상했다.
9월 28일 군과 유엔사의 중간조사에서 북한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이 나왔다.
그리고 9월 30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식 규정하고 북한에 사과와 바카라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유엔군사령부 역시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북한 지뢰가 발견된 사실을 근거로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이었다.
10월 1일 국군의 날.
한국은 천광을 국민 앞에 세웠다.
전시만 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론을 실제로 레이저로 격추했다.
나는 그 장면을 조금 다르게 봤다
국군의 날 행사는 며칠 만에 준비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
천광 시연 역시 북한 지뢰 사건이나 젤렌스키의 발언 때문에 갑자기 결정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렇게 주장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국가가 어떤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그 무기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국민과 세계 앞에 보여줄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천광의 개발 시점을 보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안티드론 준비는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먼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개 시점을 보면 질문이 달라진다.
북한군은 러시아 전쟁에서 실전경험을 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것을 근거로 한국에 더 적극적인 군사적 협력을 요구한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 사실까지 공개됐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판단된 지뢰 때문에 우리 장병들이 다쳤고, 한국군은 국군의 날 바로 전날 북한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한국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안티드론 능력을 눈앞에서 보여줬다.
나는 그 장면을 하나의 답처럼 읽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빠진 무기였다
이번 국군의 날에는 많은 무기체계가 등장했다.
천광은 드론 4대를 실제로 격추했다.
AI 군집드론과 대드론 요격무인기도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등장하지 않은 전력들이었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LAMD와 L-SAM-Ⅱ 등 일부 전략 전력은 이번 행사에서 빠졌다.
이 사실은 해석할 가치가 있다.
국군의 날 하루 전 북한의 지뢰 도발을 공식 규정했음에도, 한국은 북한을 향해 가장 위협적인 전략무기들을 모두 꺼내놓지 않았다.
대신 보여준 것은 천광과 대드론 무인기였다.
물론 이것 역시 정부의 의도를 확인한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군사적 신호는 무엇을 보여주는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남겨두었는가도 메시지가 된다.
그날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최대 수준의 응징능력을 과시하기보다, 미래전에서 실제로 커지고 있는 드론 위협을 싸게 무력화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데 상당한 비중을 뒀다.
나는 이 선택이 흥미롭다.
우크라이나의 경험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조건은 다르다
우크라이나가 가진 경험을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그들은 실제 전쟁터에서 드론을 운용하고, 러시아의 드론을 막고, 전자전에 대응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한국도 그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하지만 배우는 것과 전쟁에 참여해야만 현대전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한국은 70년 넘게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해온 국가다.
자체적인 방위산업도 구축해왔다.
그리고 북한의 새로운 위협이 현실이 되기 전에 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드론도 마찬가지였다.
안티드론 사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진행됐다.
레이저대공무기 역시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개발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 처음 드론의 위험성을 가르쳐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전부터 준비하던 문제가 실제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준 사건에 가깝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했다.
한국은 전쟁이 오기 전에 해답을 찾으려 했다.
전쟁의 가격표를 다시 뒤집는다
그리고 내가 천광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것은 출력이 아니다.
가격이다.
국군의 날 시연을 보도한 군사전문 매체와 언론들은 천광의 1회 요격 비용을 대략 1만~2만 원 수준의 전기료로 설명하고 있다.
레이저 무기의 개발비와 장비가격, 유지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기는 한계비용이 극단적으로 낮다는 것은 드론전의 경제학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드론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폭발력이 아니었다.
가격이었다.
공격자는 상대적으로 값싼 드론을 보낸다.
방어자는 그것을 막기 위해 훨씬 비싼 요격미사일을 사용한다.
공격자는 실패해도 다시 보내면 되지만, 방어자는 성공할수록 비싼 탄약을 소모한다.
그래서 드론은 전쟁의 비용구조를 공격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천광은 그 계산을 다시 뒤집으려는 무기다.
공격용 드론보다 요격 한 번의 비용이 더 싸질 수 있다.
물론 레이저가 모든 문제의 정답은 아니다.
비와 안개, 대기상태, 사거리, 냉각과 지속출력 문제가 있고 모든 종류의 드론을 하나의 체계로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실제 방공망은 전자전, 대공포, 요격드론, 미사일과 레이저가 함께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드론을 드론으로 잡으려 했다.
그물을 던졌다.
총탄을 쐈다.
그리고 이제 빛을 쏜다.
그 과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내가 방위산업체 연구원으로 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하던 시절부터 현장에서는 이미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드론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몇 년 뒤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나는 천광의 공개 시점을 본다
젤렌스키의 경고는 틀리지 않았다.
북한은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은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현대전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곧 한국도 우크라이나에서 현대전을 배워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준비해왔다.
실전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국가가 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산업으로 축적하는 국가도 있다.
대한민국은 후자의 길을 걸어왔다.
천광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들어낸 무기가 아니다.
개발은 훨씬 전에 시작됐다.
그래서 나는 기술보다 공개 시점을 본다.
9월 30일 한국군과 유엔사는 북한 지뢰 문제를 공식화했다.
바로 다음 날 한국은 이미 전력화돼 있던 레이저 대공무기를 대통령과 국민 앞에서 실제로 작동시켰다.
그 자리에는 모든 전략무기가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드론을 떨어뜨리는 레이저는 나왔다.
정부가 이 모든 사건을 연결해 하나의 메시지를 설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공개된 무기는 그 순간부터 국제정치의 언어가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이렇게 읽는다.
북한이 현대전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우리는 전쟁이 시작된 뒤에야 드론을 막을 방법을 찾기 시작한 나라가 아니다.
북한이 드론을 배우기 전부터,
우리는 이미 그 드론을 어떻게 떨어뜨릴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