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아서

-어느 맥시멀리스트의 핑계

by봄비

바쁘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어쩌다 보니 또 한 달이 지나갔다. 2월부터 시 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학교 시 합평모임인 '개문발차' 에 교수님의 은혜로 합류했다. 시가 뭔지를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시는 너무 착하다고 한다. 새로운 게 없다는 얘기일 수 있다. 그리고 수식어가 많다고 한다.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수식어나 미사여구, 접속사뿐만이 아니다. 자꾸 설명하려는 말을 버려야 한다.


나는 맥시멀리스트이다. 시골에 사니까 더 버리지 못한다. 옷도 많다. 사는 옷은 별로 없는데 구제옷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오고 딸들이 안 입는다고 내놓는 옷도 많다. 외출할 때 입는 옷뿐 아니라 일할 때 입는 옷도 따로 챙겨야 하니까 옷이 더 많아진다. 일복도 사계절 다 구비해 놓아야 하니까 말이다. 장화도 있어야 하고, 장갑도 있어야 하고, 쿨토시도 필수이고, 일할 때 쓰는 모자, 양말도 다 따로 있어야 한다. 그것도 계절별로 말이다. 맥시멀리스트가 안 될 수 없다. 시골에 살아도 나보다 미니멀리스트는 있긴 하지만 확실히 나는 맥시멀리스트이다.


시골에 살면 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냉동고에 쟁여놓는 음식물이 많다. 또 봄에 데쳐놨던 나물, 쪄놓고 다시 냉동시켜놓은 옥수수, 밤, 은행, 고추 등 냉동고는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떡을 해도 한 말을 해서 냉동해 놓으니 더 그렇다.



나는 환경을 위해 되도록이면 재활용을 하려고 애쓴다. 비닐봉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물에 젖거나 음식물 냄새가 배어 있는 비닐들은 버리지만 화장실 쓰레기통에 넣어놓을 비닐이나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캔 등을 버릴 투명봉지 여름에 택배 보낼 쌔 재사용할 아이스팩 등 비닐봉지가 계속 쌓인다. 택배 상품이 왔을 때 깨지지 말라고 넣은 뽁뽁이를 비롯해 종이충진재 등도 웬만하면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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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이들수록 쌓이는 게 두려워진다. 이 많은 것들을 남기고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면 이 많은 짐은 돌아볼 것도 없이 딸들에 의해 버려질 것이다. 미리미리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뭘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주에는 옷을 꽤 많이 버렸는데 티가 나지 않는다. 더 버려야 할 듯하다.


어떻게 하면 잘 버릴 수 있을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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