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마지막 무대에 내 청춘도 함께 있었다

나의 영원한 락커, 임재범

by올리브맘

10월 14일이 다가오면 남편과 생일이 같은 가수 임재범님의 생일이 떠오른다.

올해도 남편의 생일을 챙길 때가 되니 임재범님이 생각나 그의 노래를 다시 찾아 들었다. 가장 먼저 듣고 싶었던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쥴리’였다.

노래가 흐르자 오래 전의 추억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중학생 때 퀸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십 대와 이십 대를 지나며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스콜피언스, 포리너의 음악을 들었다. 그 시절 나는 늘 록 음악과 함께했다.

록의 에너지는 젊은 날의 나와 잘 어울렸다.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과 방황을 음악에 실어 보냈다. 노래가 시작되면 마음속에 쌓인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시나위의 공연을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온몸으로 노래하는 사람에게 눈길이 갔다. 그의 노래는 그때까지 내가 들어왔던 가요와는 달랐다. 그때부터 임재버이란 가수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가 솔로로 나왔을 때 산 레코드판도 있다. 판을 꺼내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내려놓던 순간이 아직 기억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기쁜 날도 있었고 힘든 날도 있었다. 그때마다 여러 음악을 들었고, 그 가운데는 그의 노래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듣던 ‘너를 위해’, ‘비상’은 젊은 날의 록과는 다른 울림이었다.

이십 대에는 록의 거친 에너지가 내 젊음과 방황에 어울렸다면, 서른 중반에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짙은 호소력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건드려졌다는 것은 기억난다.


‘쥴리’는 그렇게 오래 내 곁에 남아 있는 노래다. 지금 다시 들어도 처음 좋아하던 때의 마음이 따라온다. 노래 한 곡에는 그때의 설렘과 그 시절의 내가 함께 담겨 있다.


딸을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할 때도 그의 노래를 듣곤 했다. 딸은 그 노래들을 함께 들으며 자랐고, 자연스럽게 그의 팬이 되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딸도 좋아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조금 신기했는데, 라디오와 카세트테이프로 혼자 듣던 음악을 이제 딸과 나란히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 5월 17일, 그의 마지막 공연에 딸과 함께 갔다.

그의 공연은 거의 매번 찾아갔다. 그런데 이번 공연이 끝나면 더는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펐고. 익숙한 노래를 듣다가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자꾸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러다가 ‘탐캣’이 시작되자 큰소리로 따라 불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하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고 손을 들고 무대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여전히 온몸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나도 일어나 소리 지르고 목청껏 따라 불렀다. 그 순간만큼은 나이를 잊고 젊은 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런데 곧 목이 아프고 어깨가 뻐근했다.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몸이 먼저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 맞아. 이제 나도 늙었어"라는 생각이 들자 서운하고, 서글펐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록을 좋아하던 소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웠다. 이제 환갑을 넘긴 엄마가 되어 딸과 함께 공연장에 서 있었다.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서 출발해 한 무대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공연을 보며 눈물이 났다. 마지막 무대라는 슬픔에 임재범의 팬으로 살아온 내 40년이 겹쳐졌다. 여러 모습으로 변해온 시간 속에서도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 한구석에는 음악을 처음 만났던 소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혼자 듣던 노래를 이제는 딸과 함께 부른다. 어떤 노래는 한 사람의 청춘을 지나 가족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공연에서 들은 “소망을 땅에 두지 말고 하늘에 두라”는 말도 마음에 남았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남은 인생에 어떤 소망을 품고 살고 싶은지 생각했다. 남을 돌아보라는 말씀도 가슴에 두고, 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싶다.


오늘도 ‘쥴리’를 들으며 젊은 날의 나를 만났다.


임재범 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긴 시간 내 청춘의 한가운데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젊은 날의 방황을 그 노래들과 함께 지나고, 나이들며 살아가는 고난한 시간들을 위로 해 준 노래들. 당신의 노래들을 지금은 딸과 함께 부르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은 나의 영원한 락커입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저도 제 남은 시간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조금씩 늙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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