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좋아서, 다시 시작했다

by올리브맘

나는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을 만나면 걸음을 멈춘다. 사진을 찍고 한참 들여다본다. 함께 걷던 사람은 몇 걸음 앞서가고,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


예전에는 꽃값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꽃을 사러 일부러 나가는 일도 쉽지 않아 꽃을 좋아하면서도 자주 사지는 못했다. 그러다 가끔 꽃이 생기면 다듬어 화병에 꽂았는데, 그 시간이 참 좋았다.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에서도 꽃을 많이 찾아봤다. 꽃을 어떻게 꽂았는지, 어떤 색끼리 함께 두었는지 구경했는데, 꽃을 보며 보내는 시간은 아깝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꽃을 파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세월이 흘러 엄마나 아내 말고, 내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쉰여섯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중개업소에서 일했지만 여섯 달 만에 그만두었고, 그다음에는 오래 해온 요리로 유튜브 ‘올리브맘 키친’을 시작했다. 내가 올린 음식을 맛있게 해 먹었다는 댓글에 힘을 얻으며 구독자 1만 명이 넘는 채널로 키웠고, 지금도 영상을 만들고 있다. 모두 새로운 나를 찾아 시작한 일들이었다.


그러다 온라인 꽃집을 운영하는 분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직접 꽃을 준비해 보내지 않아도 위탁으로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꽃집을 열고 꽃다발을 만들 줄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다르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위탁이면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늘 구경하던 꽃이 내가 해볼 수 있는 일로 다가왔고, 그렇게 작년에 온라인 꽃 위탁 판매 스토어를 열었다.


막상 시작하니 상품 하나를 등록하는 것부터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상세페이지와 상품명을 겨우 배워 올리면 주문과 배송 설정 앞에서 또 막혔다. 꽃이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정작 나는 꽃보다 낯선 일들이 어려워 지쳐 갔다. 그러다가 작년 10월에 온라인 판매를 배우는 한 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모르는 것을 묻고 과제를 따라 하며 끝까지 열심히 해냈다. 하지만 과제가 끝나도 이 일은 여전히 어려웠다. 배운 내용을 내 상품에 적용하는 데 애를 먹었고, 결국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


꽃은 좋고, 가게 운영은 어려웠다.

새로운 일을 벌여놓고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것 같아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생각만 한 게 아니라 개점휴업 상태였으니 그만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매번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창피하기도 했다. 도전 중독자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자꾸 시작하는 걸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길에서 주홍빛 장미가 눈에 들어왔다. 색이 마음에 들어 사 왔다.

줄기 아래쪽 잎을 하나씩 떼어내며 꽃에 눈을 맞췄다. 장미가 나를 바라보며 다 괜찮다고, 더운 여름은 이제 지났다고 미소 지으며 말하는 것 같았다. 창가에 둔 화병에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정말 가을이었다.


내 삶에 ‘두 번째 봄’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뜨겁고 힘겹던 여름을 지나 내 가을을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었다. 주홍빛 장미를 보고 있으니 이대로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올해 9월, 1년 만에 다시 꽃을 팔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은 그때그때 공부했다. 그동안 조금씩 알게 된 것도 있었고, 막히면 물어볼 곳도 생겼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지만 처음처럼 모든 화면이 낯설지는 않았다.

상품 설명을 쓰면서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빈칸을 채우는 데 급급했던 때와 달리, 이 설명을 읽는 사람이 무엇을 궁금해할지 생각했다. 주문을 받아 배송을 챙기면서, 내가 판매한 꽃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이 보람 있었다.


꽃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처럼 집에 꽂아두고 바라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졸업과 입학을 축하할 때, 결혼을 축복할 때 꽃을 건넨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자리에도 꽃이 놓인다. 어떤 꽃은 웃는 사람에게 가고, 어떤 꽃은 울고 있는 사람 곁으로 간다.

나는 꽃들이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것을 돕고 싶다. 보내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골랐는지 생각하고, 받는 사람에게 잘 닿도록 챙기는 일.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온라인 위탁 판매를 이어가면서, 필요한 사람에게 내 손으로 만든 꽃다발도 건네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플로리스트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에서 꽃을 어떻게 꽂았는지 구경하던 내가 이제는 직접 꽃을 만지고 만든다. 아직 서툴다. 마음먹은 모양이 나오지 않아도 꽃을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은 좋다. 잘되지 않는데도 좋으니, 나도 참 꽃을 좋아하나 보다.


또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은 여전히 있다. 가게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꽃을 배워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른다.


그래도 오래 꽃을 만지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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