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몇 해 전,
건강 때문에 도시를 떠났다.
익숙했던 생활을 정리하고,
조용한 산골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평생 이어온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마음 한구석으로 조용한 걱정을 품었었다.
얼마 전 그 집을 다녀왔다.
집을 둘러싼 숲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천천히 흔들렸고,
작은 텃밭에는 계절이 자라는 속도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아침이면 창가로 밀려드는 맑은 새소리로 하루를 열고,
저녁이면 산 너머로 노을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하루를 마친다고 했다.
그곳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거창한 말도,
무언가를 더 많이 쥐어야 한다는
조바심 어린 마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친구의 얼굴에는 참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평온함이 머물러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회복은 몸만 나아지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삶을 재촉하던 마음이 조금씩 제 속도를 되찾고,
하루를 살아가는 표정까지 함께 편안해지는 것.
그것이 진짜 회복인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오래 남아 있던 것은 푸른 산도,
맑은 공기도 아니었다.
바람처럼 편안하게 웃던 친구의 얼굴이었다.
그날 나는 회복이란 무엇인지,
한 사람의 얼굴을 통해 조용히 배우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