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byGrace k

“일본말만 잘하면 뭐하노.”

내 이야기다.

기계 앞에만 서면 한 번에 끝나는 법이 없다. 일본에서 리무진 버스표를 예매하는 일은 내게 극난이도 미션이었다. 결국 친구가 해냈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짐 몇 개를 택배로 부치는데 무게 측정부터 주소 입력까지 버벅댔다.

십여 분 만에 겨우 성공했다.

한국에서 쓸 데이터용 eSIM을 사서 부산에서 연결하려니 해당 국가의 폰을 로밍하란다. 괜한 로밍 폭탄을 맞을까 봐 eSIM도 취소했다.

대중교통과 호텔을 오가는 노마드의 삶이지만,

IT 강국인 내 나라에서 와이파이가

아쉬울 일은 없었다.

eSIM을 취소하고도 크게 불편할 것 없는 건

동생과 친구가 호위무사 노릇을 해주는 덕이다.

일본에서 나흘, 한국에서의 나흘째 여정이 이어지는 낮시간.

돌풍이 불고 밤새 비가 내린 뒤라 하늘은 흐리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적당히 서늘하다.

아주 많이 약해진 엄마와 남동생.
무겁게 내려앉은 날씨가 내 마음과 닮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함께 한다.

딸이 루이 사진을 보내왔다.

루이는 내게 여전히 만년 puppy 같은데,

사진으로 만나는 모습은 영락없는 노견이다.

시간을 한번만이라도 되감을 수 있다면...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해운대 백사장.
눈부신 모래밭 위를

건강한 모습의 엄마와 동생이 걷고,

루이는 폴짝거리며 앞서 달린다.

나는 아무런 걱정 없이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다.

오늘밤은 그런 꿈을 꾸고 싶다.

간절히.

그렇게 한국에서의 넷째 날이 저물어간다.

시간이 멈춘듯한 재래시장과 골목풍경

예전의 10월 같지 않은 흐림 그리고 비

늘 다니던 남포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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