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 이 집인데,

byGrace k

루이를 번쩍 안아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

아침 공기가 싸아하다.
노랗게 물든 단풍과 빨갛게 익어가는 잎들은 깊어가는 가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마임처럼 다채롭다.

산바카라을 나와 뒷문에 루이를 살포시 내려놓는데, 바로 옆으로 페덱스 차량이 멈춰 선다.

박스 하나를 들고 두리번거리며 단지를 훑던 기사는 단지 아래쪽까지 한참 둘러보더니

다시 차에 오른다.

어제도 음식 봉투를 들고 두리번거리던 다른 기사에게 내가 먼저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OO요. 끝에서 두 번째 집이에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니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뒷문에 유닛 표시가 없어 배송기사들이 길을 헤매는 일이 종종 있다. 오늘 기사님에게도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말 붙일 틈도 주지 않고

호기롭게 차에 오른다.

우리 단지가 아니었나 보다.

뒷문에도 유닛 번호를 하나씩 달아달라고 매니저에게 건의해야지 생각하며,

볼일을 마친 루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집 안으로 들어오면 느껴지는

온기가 반갑다.

물티슈를 꺼내 루이의 발을 닦는 잠깐의 시간에도 루이 마음은 급하다.

"알아, 루이야.
네 밥 안 뺏어먹어. 잠깐만 기다려."

"웤, 웤."

제대로 아침을 깨우는 성화다.

아침을 챙겨주자마자 누군가 앞문을 두드린다.

누굴까.

현관문에 달린 작은 유리구멍으로

밖을 먼저 들여다봤다.

'어, 아까 그 기사님이다.'

문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사진을 찍더니

홀연히 자리를 뜬다.

조금 전 주차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집 뒷문을 두고, 단지를 한 바퀴 돌아 앞문으로 배송을 온 것이다.

뒷문에서 앞문까지 집 안에서 걸어보니

스무 발짝 남짓이다.

우리 집은 배송기사님께 얼마나 큰 곳이었을지
감도 안 온다.

반대편 대로에서 돌고돌아 앞문으로 배송해주신 기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덤>재작년, 느닷없이 밴쿠버에 오로라가 떴을때

'한가위 잘 보내세요'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