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도 계절은 흐른다
기다림에도 계절은 흐른다
골목 끝
작은 우편함 하나
햇살아래
조용히 닫혀 있는 문
누군가의 편지 하나 없이
오늘도
아무 소식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우편함은
비어 있는 날을 서운해하지 않는다.
가득 찬 날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가오는 하루마다
같은 마음으로 문을 열어 둔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조용한 일
시계를 자주 보는 것도,
발소리에 몇 번이고 고개를 드는 것도,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다시 품는 일이었다.
마음에도
우편함 하나쯤 있지 않을까
오래 듣지 못한 이름,
끝내 전하지 못한 말,
언젠가는 닿을 것이라 믿는 작은 희망 하나.
그 마음은
매일 비어 있는 것 같다가도,
문득
바람처럼 찾아온 안부 하나에
환하게 열리곤 한다.
도착한 것은 편지가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에도
조금씩 자라난 마음
오늘도
우편함은
아무 말 없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골목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저녁을 맞는다.
담장 끝에
햇빛 하나가 천천히 접히고,
비어 있던 문 안에는
어느새
하루가 가만히 들어와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기다림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살아냈다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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