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작가가 되기까지 스토리:멈추다. 그리고 살다.

by아호파파B


어느덧 10년...그간 2권의 에세이 바카라을 내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다.

당시 그녀는 글쓰기에 대해 슬럼프를 겪고 있기도 했었다.

어떻게 해도 쓰지 못하겠는 상태. 이 상태가 가장 극심하게 찾아온 것이 2020년 3월이었다. 세 번째 에세이 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달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이상할 정도로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 황보름, 『단순 생활자』

첫 에세이 『매일 읽겠습니다』의 개정판 서문을 써 달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커다란 돌멩이를 삼킨 기분이 되어 그 짧은 서문 하나를 붙잡고 끙끙댔다.

그 시절의 자신을 흙바닥에 쭈그려 앉아 낙서를 썼다 지우는 꼬마에 비유한다.

여기저기 출간 소식을 알리며 기쁜 듯 굴었지만 나의 글쓰기 자아는 이미 쭈구려 앉은 꼬마가 된 지 오래였다. 쭈구려 앉은 채로 2021년을 맞았다. 갓 출간된 바카라에 대한 반응은 없었으며 꼬마는 여전히 침울한 얼굴로 앉아 흙바닥에 직찍 지우고는 어쩌면 이라고 다시 썼고 이내 지우고는 아니야 라고 써놓았다. 아니야. 이것도 지나갈 거야. 그런데 언제쯤 나도 모르겠다. 는 대답을 이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 황보름, 『단순 생활자』

30대를 몽땅 글 쓰는 삶에 쏟아붓고 나서야, 글로 먹고사는 일의 요원함이 그제야 자신의 현실로 정확히 받아들여졌다고 그녀는 쓴다.


그리고 2021년 1월 1일.

마음을 앓으며 처음으로 밤을 지새운 날. 10년의 전업 작가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날.

그런데 마침표를 찍는 순간의 그녀의 속마음은, 비장하다기보다 이런 것이었다.

겉은 작가였지만 속은 백수였던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나는 생각했다. 후회할 필요는 없어. 졌지만 잘 싸웠다고 생각하자. 좋아하는 생활을 이토록 오래 누릴 수 있던 것만으로도 축복인 거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기. 그나저나, 그런데 이젠 뭘 해서 먹고살지.
— 황보름, 『단순 생활자』

일주일 만에 면접을 치르고 사원증을 받아 다시 온라인 게임인이 된 그녀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나를 1년만 거둬 줄 수 있느냐고. 그렇게 마흔이 넘어, 언니네 집 현관 옆 작은 방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그녀만의 긍정과 함께...

비록 긴 시간을 바친 작가의 삶에선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 어차피 사람은 다 가질 수 없는 법이고,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보낸 시간이 매우 마음에 들었으므로 지난 내 삶을 긍정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 황보름, 『단순 생활자』

그리고 같은 해, 회사 바카라상 위로 그 메일이 날아온다. 온라인카지노X밀리의서재 수상 소식이었다.

전 세계 독자를 만난 이 소설의 첫 독자는, 사실 단 세 명이었다.

출간할 데가 없어 집 근처 인쇄소에서 A4 용지로 3부를 인쇄한 소설.

한 부는 엄마에게, 한 부는 언니에게, 마지막 한 부는 언니의 친구이자 바카라 덕후인 언니친구에게.

세 사람의 열렬한 지지가 작은 공이 되어 호수에 던져졌고, 그 파문이 지금 50개국까지 번져나간 것이다.

2022년 1월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종이바카라이 되어 나온 후, 이미 찍어 놓은 마침표 뒤에 다음 문장을 이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사직의사를 밝히고 다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쓸 수 있을까? 쓱쓱. 쓸 수 있을 거야. 봐봐, 썼잖아. 쓱쓱. 그러네, 정말 썼네. 쓱쓱. 나 또 썼어. 쓱쓱. 나 쓸 수 있는 사람인가 봐.
— 황보름, 『단순 생활자』


이 재시작의 마음도 『윗집 부부』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회사에서 밀려난 봄이 남편 가을과 함께 작은 백반집을 내기로 결심하는 대목이다.

사람은 지금 가는 이 길을 더는 못 가게 되었을 땐 다른 길을 찾게 되는 법이라고, 그 길이 성공적이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시작하게 되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삶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직접 방향을 정해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봄은 지난 1년 내내 되뇌었다.
— 황보름, 『윗집 부부』

망하면 어쩌나 두려워하는 봄에게 가을은 말한다. 망하면 절대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 말자고, 어차피 이미 망해봤으니 우리에겐 낙법을 익힐 기회가 있었던 거라고.

끊어지고 막혀 돌아가야만 하는 인생에서 빛을 본다던 작가의 문장과 이어지는 듯하다.

엎치고 덮치고 고꾸라지고 일어서며 두 사람은 살아가고 있었다. 최선은 아닌 채로. 그러나 그렇게 최악도 아닌 채로.
— 황보름, 『윗집 부부』

이 문장은 소설의 문장만은 아닐 것이다.

읽고, 견디고, 쓰고, 단련하고, 멈추고, 다시 시작하며 여기까지 온 황보름이라는 사람의 삶이, 이 한 문장에 다 들어 있다.




출간 후 처음으로 독자들 앞에 선 날,

낯설어 고개를 숙인 채 말하던 그녀는 독자의 질문을 받다가 발끝에서부터 전율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작가와 독자가 무엇인지, 그녀는 이렇게 정의한다.

작가란 어딘가로 걸어 나가 쭈뼛거리는 자세로 프리허그를 하겠다며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독자란 그런 작가에게 다가와 안아주는 사람. (…) 서로 수줍게 껴안은 두 사람은 똑같은 크기의 고마움을 느낀다.
— 황보름, 『단순 생활자』

작가에게 독자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

독자에게 작가란, 거기 있어 주어 고마운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은, 『매일 읽겠습니다』의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독자로 살고 싶다.
— 황보름, 『매일 읽겠습니다』

읽는 사람으로 시작해, 쓰는 사람이 되었고, 여전히 죽을 때까지 읽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작가.

이제, 우리가 그녀에게 다가가 안아줄 차례다.




이번 글로 황보름 작가의 삶,

읽다 → 견디다 → 쓰다 → 단련하다 → 멈추다 → 다시 시작하다 → 살아가다

일곱 걸음의 기록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번에 황보름 작가를 모시고 온라인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글로는 다 담지 못한 그녀의 속 깊은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온라인이지만 작가님께 직접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시간들도 마련했습니다 ㅎ

https://www.moonjangsai.com/book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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