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어느 날 아버지의 등이 작아 보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집 안은 이미 훈훈한 온기로 가득했다.
식탁 위에는 김이 얇게 피어오르는 해장국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현관에는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지만,
늘 그 자리에 있던 아버지의 신발 한 켤레만 비어 있었다.
이미 나간 뒤였다.
식탁 앞에 앉았다.
숟가락을 들지 않은 채 국 냄새를 맡았다.
너무나 익숙한 냄새.
그 익숙함에 문득,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의자 옆에는 아버지의 작업복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 낡은 작업화가 놓여 있었다.
가죽은 오랜 세월에 닳아 있었고, 한쪽은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벽 선반 위, 먼지 앉은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괜히 손이 갔다.
사진 속 아버지는 지금과 달랐다.
등은 곧게 펴져 있었고,
얼굴에는 지금보다 훨씬 가벼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젊음과 패기가 가득했던, 내가 알지 못하는 아버지의 시간.
문득,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깔깔대며 아버지의 덥수룩한 머리 모양을 따라 하던 나.
그때는 그저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었다.
사진을 내려놓고, 문득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내 얼굴이 비쳤다.
하지만 그 위로, 사진 속 젊은 아버지의 모습과
오늘 아침 보지 못했던, 그러나 분명히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진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졌다.
아버지의 미소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 눈가에 깊어진 주름과
희끗해진 머리카락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닮았다기보다, 같은 길을 향해 걷고 있는 듯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어진 하나의 얼굴이었다.
아버지의 젊은 날이 내 얼굴에 스며든 듯,
혹은 내 미래가 아버지의 과거와 맞닿아 있는 듯한.
그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작업화를 다시 보았다.
닳고 닳은 자국들이 선명했다.
그 자국 하나하나가 아버지의 오래된 시간처럼, 묵묵히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운전, 배워야지.”
짧고 간결한 말이었다.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이후 아버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을 한 잔 마실 뿐이었다.
다음 날, 차가 움직였다.
아버지는 조수석에 앉아 계셨고,
나는 운전석에 앉았다.
“천천히 해봐.”
아버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차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내 손은 어색하고 서툴렀다.
옆을 흘긋 보니, 아버지의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거칠고 마디 굵은, 평생을 일로 다져진 손.
그 손이 이제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 그저 나를 믿고 있었다.
신호 앞에서 잠깐 멈췄다.
아버지는 앞만 보고 계셨다.
나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버지는 작아진 게 아니라,
이제 나와 같은 방향에서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차와 세월은 빠르게 출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