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세운 단단한 자아가 세상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
성벽 너머로 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보았다. 거칠고 시끄럽기만 할 줄 알았던 세상이, 내가 단단해진 만큼 똑같이 단단하고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었다. 성벽 안에 갇혀 있을 때는 나를 공격하는 화살로만 보였던 타인의 말들이, 이제는 그들 각자의 삶을 지탱하는 치열한 고백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고 나니,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돌이켜보면 1화부터 11화까지, 나는 기록이라는 도구를 통해 끊임없이 나를 발굴하는 광부였다. 불안이라는 지층을 파내고, 무기력이라는 돌덩이를 치워내며, 그 밑바닥에 잠들어 있던 '나라는 보석'을 찾아내는 과정. 잉크로 성벽을 쌓는 행위는 결국 나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을 매일 아침 종이 위에 꺼내놓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가장 찬란한 나는 어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새벽, 텅 빈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문장 하나를 써 내려가던 그 순간의 나. 거절해야 할 때 단호하게 '아니요'를 외치던 그 순간의 나.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어 스스로 빛나던 그 순간의 나. 그 모든 시간 속에 흩어져 있던 내가 바로 '가장 찬란한 나'였다.
많은 이들이 성장을 '과거의 나를 완전히 지우고 새로 태어나는 것'이라 오해한다. 하지만 나는 성벽을 허물지 않았다. 나는 그저 성벽에 문을 냈을 뿐이다. 외부의 소음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는 이제 그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내 안의 고요를 유지한 채 문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세상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이다. 나는 나의 성벽 안에서 충전하고,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나를 발산한다. 나를 잃어버릴까 두려워 전전긍긍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나는 세상 속에서도 나라는 중심을 꼿꼿하게 유지한다. 나의 기록이 나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었기에,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나는 꺾이지 않고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다.
찬란한 나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타인의 인정보다 나의 어제보다 나아진 기록을 신뢰하고, 화려한 성취보다 나만의 고요한 새벽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내가 찾은 홀로서기의 정답이다. 나는 이제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든든한 동반자임을 확신한다.
성벽 너머,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다. 하지만 그 분주함 속에서 나는 내 속도로 걷는다. 기록을 통해 세운 나의 자아는 이제 세상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나만의 목적지를 향해 우아하게 나아간다. 가장 찬란한 나, 바로 나 자신과 다시 한번 뜨겁게 조우하며, 나는 오늘도 나의 서사를 쓴다.
당신이 그동안 기록해 온 문장들 중에서, '가장 나답다'라고 느껴지는 문장은 무엇인가? 만약 그 문장을 당신의 삶에 대입해 본다면, 오늘 당신은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걷고 있을까. 당신은 당신 인생의 유일한 목적지로서, 오늘 당신을 어떻게 대접하고 싶은가.
쉼표 JEONGSEON의 기록 세상과 공존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인정하는 것이다. 기록으로 다져진 내면은 닫힌 성벽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우아한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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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는 마음으로 건네는 다정한 안부
.문으로 읽는 감성 에세이
by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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