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마음으로 건네는 다정한 안부
잉크로 쌓아 올린 성벽 안에서 나는 충분히 단단해졌다.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웠고, 고독을 황금으로 바꾸는 연금술도 익혔다. 이제 내 안에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나만의 중심이 서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단한 중심이 서자마자 궁금해졌다. 성벽 밖, 여전히 소음과 혼란으로 가득한 저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과거의 나는 세상과 관계 맺는 것을 '나를 소모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타인과 섞이려면 내 색깔을 지우고 상대의 틀에 맞춰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가 단단해진 만큼,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도 달라졌다. 더 이상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를 깎아내지 않아도 된다. 나의 고유함을 유지한 채, 세상의 파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성벽은 세상을 배척하기 위한 감옥이 아니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기지'다. 나는 이 성벽을 내 안에 품고 세상으로 나간다. 누군가 무례한 질문을 던져도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는다. 나에게는 돌아갈 고요의 성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웃으며 부드럽게 넘길 수 있다. 성벽이 있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세상과 가장 다정하게 조우할 수 있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나의 태도는 '참여하되, 흡수되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에 내가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내가 찾은 새로운 연결의 기술이다.
우리는 흔히 '관계'라고 하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는 것을 상상한다. 하지만 건강한 관계는 두 사람이 각각의 성벽을 가진 채, 그 성벽 너머로 다정한 안부를 건네는 것에서 시작된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그 우아한 거리. 그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쉼표를 찍고 새벽의 고요를 지키기로 결심했던 이유도 결국은 이것이었다.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어야, 비로소 타인을 진짜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텅 빈 채로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하면 집착이 되지만, 나라는 사람으로 충만해진 상태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것은 선물이 된다.
이제 나는 세상이라는 소음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간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내 안에는 새벽 4시의 고요와, 잉크로 꾹꾹 눌러쓴 단단한 문장들이 잠들어 있으니까. 타인의 요구에 흔들리던 어제의 나를 뒤로하고, 오늘 나는 세상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나의 성벽은 닫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세상과 조우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당신이 성벽 너머로 다시 건네고 싶은 안부는 누구를 향해 있는가? 그동안 자신을 지키느라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살짝 열고, 당신의 단단해진 목소리로 가장 먼저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의 그 다정한 안부가 세상에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쉼표 JEONGSEON의 기록 세상은 성벽을 허물라고 강요하지만, 진짜 연결은 서로의 성벽을 존중할 때 시작된다. 나를 지키는 힘이 생겼을 때, 비로소 세상과 맺는 관계도 우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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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나라는 황금이 되는 시간
by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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