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는데 왜 더 피곤할까
쉬고 있었는데도
마음은 계속 살아남느라 바빴던 날이 있었다.
나는 분명 쉬었는데 피곤함만 업데이트되었다.
쉬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알람도 껐고, 침대에도 오래 누워 있었고, 밀린 잠도 조금 잤다.
그런데 이상했다. 몸은 쉬었는데 마음은 더 지쳐 있었다.
처음엔 내가 잘못 쉬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 푹 자야 하나, 더 멍하니 있어야 하나, 핸드폰을 끊어야 하나.
그래서 쉬는 방법을 계속 바꿔봤다. 카페도 가보고, 산바카라도 해보고, 음악도 틀어보고, 억지로 아무 생각도 안 해보려 했다.
그런데 피곤함은 자꾸만 다음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었다. 조금 이상했다.
사람들은 늘 말했다. “좀 쉬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쉬지 않아서 피곤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한 걸 발견했다.
나는 쉬지 못한 게 아니라 계속 버티고 있었던 거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별일 아닌 척.
마음속에서 오래전 끝난 일들까지 혼자 붙잡고 있었던 거였다.
생각해 보면 몸은 가만히 멈출 수 있어도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몸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마음은 아직 어제 대화 속에 있었고, 몸은 휴일이었는데 생각은 다음 주 걱정을 미리 출근시키고 있었고.
나는 쉬고 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계속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까 조금 웃겼다. 나는 충전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허리를 굽힌 채 오래 버티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피곤할 수밖에.
사람은 가끔 쉬어서 회복되는 게 아니라, 붙잡고 있던 걸 내려놓을 때 조용히 살아난다.
그래서 오늘은 억지로 힘내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아도 되고, 당장 괜찮아지지 않아도 되고, 잠시 느린 사람이어도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했더니 이상하게 숨이 조금 편해졌다.
아마 내 피곤함은 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오래 붙들고 있어서 생긴 일이었나 보다.
오늘의 나는 겨우 그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보물 찾기처럼 아주 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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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 줄 메모 “쉬는 건 멈춤이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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