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가 되느니, 독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온라인 게임 동료의 체취·구취·담배 냄새, 불편한 말을 전하는 방법

by비타민W
일관된 '비판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싶다면,
뒤에서 코를 막지 말고 앞에서 입을 열어야 한다

회사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곳이다. 업무적인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일은 따로 있다.

누구나 겪어봤지만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는 그것, 바로 ‘체취’다.


공기 살인마의 적반하장 "향수는 밖에서 뿌려주세요"

과거에 함께 일했던 A는 큰 키에 허수아비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졌다. 유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는 늘 강한 리더가 되고 싶어 했다.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만 유독 날을 세우는 ‘강약약강’의 표본이었지만, 정작 사무실에서 그를 진심으로 어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 그래도 마땅치 않은 그의 진짜 문제는 그의 고질병인 소화불량이었다. 그는 매시간 속 트림을 해댔다. 손으로 입을 가리는 척했지만, 파티션도 없는 열린 사무실에서 구역질을 연상시키는 몸짓과 주변으로 퍼지는 불쾌한 악취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그는 여지없이 주변 공기를 오염시켰고, 근처 동료들은 일제히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악취가 퍼지는 속도만큼 주변 키보드 소리가 거칠어졌다. 나는 이 고역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밀려오는 역함을 잊고자 나는 가지고 있던 향수를 공기 중에 몇 번 분사했다.

그때였다. 원인 제공자인 A 씨가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제가 화학물질에 예민해서 그런데, 향수는 밖에서 뿌려주시겠어요?”


나름 할 말은 다 하는 편이었지만, 그 당당한 적반하장에는 순간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트림 냄새 때문에 내 입을 열기 싫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뻔뻔함에 할 말을 잃은 탓이 컸다. 사무실 곳곳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키보드 'ㅋ' 키가 마모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A는 그 웃음이 향수를 뿌린 나를 향한 비난이라 믿었을 것이다. 본인의 속 트림이 부른 해프닝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걸레 쉰내'와 단도직입적인 동행

연차가 쌓일수록 위생 매너 빌런을 대하는 내 태도는 한결 자연스럽고 당당해졌다. 눈치를 보며 코를 막는 대신,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타격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소위 '테토녀' 스타일로 변모한 것이다.


업무 능력만큼은 뛰어났던 동료 B. 그와 나는 사무실 내 자리도 거리가 있었고, 한 번 앉으면 엉덩이를 떼지 않는 내 업무 스타일 덕분에 사내 메신저 외에는 대화할 일이 거의 없었다. 사건은 한여름에 터졌다. 어느 시점부터 사무실에서 쿰쿰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 환기를 하지 않았던 탓일까? 일부 직원들이 향수를 뿌려댔지만, 묵직한 불쾌함과 향수가 섞여 오히려 더 지독한 고역이 되었다. 몇 년은 빨지 않은 이불에 청량한 여름 향수를 끼얹은 듯한 이질적이면서 기괴한 냄새. 새로운 화학 무기의 탄생이었다. 결국 한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범인은 B였다. 오랜 자취 생활 탓인지 그의 옷에서는 빨래를 잘못 말린 걸레 쉰내가 진동했다. 심한 비염 때문인지, 자신의 냄새와 너무 오랜 시간 동행한 탓인지 그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가까운 자리 동료들은 이미 봄부터 고통받고 있었다. 편두통으로 진통제를 먹는 동료까지 있었다.


“무슨 냄새나지 않아?? 나만 느껴? B 씨 냄새야? 왜 다들 말을 안 해준 거야?”

내 물음에 동료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그날 점심 회식 후 다 함께 커피를 사러 가는 길, 나는 그와 동행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B 씨, 옷에서 걸레 냄새나요.”

팀원들은 턱이 빠진 듯, ‘헉’ 하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이거 빨래 잘못한 거예요. 세탁기 청소 안 했죠? 구연산 넣고 청소하거나 정 귀찮으면 빨래방 가서 건조까지 싹 하고 오세요.”


B는 당황한 듯 묻지도 않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제가 비염이 있어서 먼지 많은 곳도 피하고, 섬유유연제도 안 맞아서 안 쓰거든요…”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 옷의 곰팡이 냄새가 비염에 더 안 좋을 것 같은데요. 이건 섬유유연제를 들이부어도 안 되는 냄새예요.

심각해요. 건강도 건강이지만 제가 옆에 있기 불편해요. 그리고 저만 불편한 건 아닐 거예요.”


나는 휴대폰을 열어 유튜브 동영상과 효과적인 세제를 직접 보여주었다. 다행히 다음 날 그는 나에게 세제 주문 내역을 보여주며 조언을 받아들였다.




소통의 단절을 부르는 ‘커피와 담배’

회사에는 담배를 피운 직후 곧바로 커피를 마시는 애연가들이 많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담배 냄새와 캔커피가 만나 탄생하는 그 ‘구취’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그 냄새는 소통의 단절을 이끈다. 슬롯 초년생일 때는 제주도 해녀처럼 숨을 참으며 버텼지만, 이제는 그럴 체력도 인내심도 없다. 그래서 그냥 말하기로 했다.


“C님, 담배 태우시고 커피 드셨어요? 양치부터 하셔야겠는데요.”

“아, 심해요?”

“네, 좀 심하네요. 이 대화 끝나고 바로 치카하세요.

자, 그럼 돌아가서 이 수치를 통일하는 부분부터 다시 보시죠.”


민망함을 줄 수는 있어도, 이것은 내가 선택한 예의다. 약간의 노하우가 있다면, 직접적으로 말하되 얼굴에 감정을 담지 않아야 한다. 본인이 모르고 있을 가능성을 먼저 열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말한 뒤에는 자연스럽게 업무 이야기를 이어간다.


뒤에서만 욕하고 싶다면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앞에서도 당당하고 뒤에서도 일관된 '비판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싶다면, 조금 민망하더라도 직접 말하는 용기를 내보길 권한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나는 뒤에서 코를 막고 피하는 방관자가 되느니, 잠시 독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동료와 사무실의 평화를 위해 선택한 조금은 따끔하지만 가장 확실한 '예의'였다.

물론, 애초에 이런 말을 건네야 할 ‘냄새 빌런’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복이겠지만 말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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