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같은 포도도 모두 다른 이유
봄날의 벚꽃과 가을의 단풍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이 없듯
똑같은 와인도 없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레드 와인은 대부분 피노 누아,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로 만들어집니다.
단 두 가지 품종.
하지만 그 두 품종은 끝없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같은 피노 누아인데도, 불과 몇 걸음 떨어진 밭에서 자란 포도는 전혀 다른 향을 품습니다.
어떤 와인은 장미를 닮고,
어떤 와인은 잘 익은 체리를 닮으며,
또 어떤 와인은 비가 지난 숲과 젖은 흙의 향기를 품습니다.
와인은 단순히 포도의 맛만 담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 포도가 지나온 시간, 그곳에서 머물렀던 계절,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순간들을 함께 담아냅니다.
그래서 같은 포도라도 같은 와인이 될 수 없는듯합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지만
어떤 계절을 지나왔는지,
누구를 사랑했는지,
얼마나 울어 보았는지,
어떤 상처를 견디고 어떤 위로를 품으며 살아왔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갑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모습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조금 더 상상해 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부르고뉴에는
'클리마(Climat)'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마을 안에서도 밭 하나하나에는 서로 다른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불과 몇 미터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햇살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흙이 다르기에,
그 작은 차이는 시간이 흐른 뒤 전혀 다른 한 병의 와인을 만들어 냅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같은 시간을 지나도,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풍경을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애초에 같은 계절을, 같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람은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한 장면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계절을 알 수 없습니다.
조용한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고,
강한 사람에게는 혼자 견뎌 온 시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와인이 잔에 담긴 순간보다 그 한 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품고 있듯,
사람 역시 지금의 모습보다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 속에서 더 깊이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잔을 가까이 가져가야 비로소 작은 향기를 내어 주는 와인이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조용한 사람일수록,
낯을 가리는 사람일수록,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마음의 향기를 내어 줍니다.
세상은 늘 화려한 모습들만 기억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조용한 진심이 항상 오래 남는 듯합니다.
오늘 당신이 만나는 사람도
어쩌면 당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수많은 계절을 지나왔을 것입니다.
오늘, 그 사람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세요.
좋은 와인이 오래 숙성될수록 깊은 향기를 내듯 사람의 진짜 모습도 함께한 시간 속에서 알게 될 테니까요.
부르고뉴는 같은 포도도 모두 다른 이유를 가장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줍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니라,
같은 삶을 살아온 적이 없으니까요.
※ 읽기 전에 잠깐!
와인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초보자분들을 위해 준비한 가벼운 참고 자료입니다. 편하게 즐겨주세요
부르고뉴는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와인 산지로,
한 가지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르도가 여러 품종을 섞는 블렌딩의 대표라면
부르고뉴는 한 가지 품종의 개성을 살리는 대표적인 산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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