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기억에 남는 첫 만남이 있으신가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문득 떠오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가장 오래 곁에 머물기도 하고,
세상을 다 가진 듯 눈부셨던 사람은
계절 하나를 넘기지 못한 채
조용히 삶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문득 한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그 사람보다
그 사람을 향해 내가 품었던 수많은 생각들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어쩌면 마음속에 또 다른 그 사람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에서 한 사람을 그려 냅니다.
'이 사람은 이럴 거야.'
'분명 좋은 사람일 거야.'
'나를 이해해 줄지도 몰라.'
어쩌면 우리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낸 이야기 속의 그 사람을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환상이 깨지는 순간
상대를 원망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주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잃어버린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덧씌웠던
나의 기대와 환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프랑스라는 이름만 들어도
우리는 이미 특별한 풍경을 떠올립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샤토.
촛불 아래 반짝이는 크리스털 잔.
잔잔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
하지만 와인은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고,
계절을 기다린 포도나무와
농부의 손.
그리고 시간을 믿고 견뎌 낸 기다림입니다.
와인은
한 해를 살아낸 풍경이 담긴 한 병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크게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 듯합니다.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들려줄 뿐입니다.
보르도는 더욱 그렇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단단함.
메를로의 부드러움.
카베르네 프랑의 섬세함.
그리고 프티 베르도의 개성.
서로 다른 포도는
자신의 향을 버리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를 감싸 안으며
더 깊은 하나의 와인이 됩니다.
블렌딩.
사람도 어쩌면 블렌딩이 아닐까요.
누군가의 따뜻함은
나의 차가움을 감싸 주고,
누군가의 용기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보여 줍니다.
우리는 서로를 닮아 가기도 하지만
서로를 채워 가며 살아갑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서로를 품어 줄 때
비로소 한 사람의
아름다운 블렌딩이 완성됩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물을 수도 있겠지요.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이 무엇이었냐고.
아마 그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가장 비싼 와인의 이름보다
누구와 함께 잔을 부딪혔는지
어떤 계절을 함께 나누었는지
그날 번지던 기억들과
소리들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서두르지 말아요
좋은 와인이 시간이 지나며 깊어지듯,
좋은 사람도,
좋은 관계도,
좋은 삶도,
서두르지 않을 때 비로소 향기를 남기니까요.
어쩌면 오늘의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 병의 보르도인지도 모르겠지만요.
※ 읽기 전에 잠깐!
와인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초보자분들을 위해 준비한 가벼운 참고 자료입니다. 편하게 즐겨주세요
보르도(Bordeaux) 와인,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기
보르도(Bordeaux)란?
보르도(Bordeaux)는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와인 산지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와인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지역이 보르도이며, 특히 고급 레드 와인의 대표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보르도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포도 품종을 섞어(블렌딩)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르도를 '부산'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프랑스를 대한민국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프랑스 = 대한민국
보르도 = 부산광역시(큰 지역)
☆ 메독 = 해운대구 (보르도 안의 유명한 구)
생테밀리옹 = 수영구
포므롤(Pomerol) = 남구
그라브(Graves) = 동래구
※ 실제 행정구역이 아닌 이해를 위한 비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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