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주의자와의 대담

비밀스럽게 똥 쌀 권리

by작은 사슴

친구 J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투덜댔다. 커다란 초록빛 간판이 걸린 도서관에서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던 그는 자신의 근무지가 회색으로 가득하다고 묘사하곤 했다. 아마도 지루하고 반복되는 업무에서 느껴지는 싫증을 가장 멋들어지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색에 대한 비유를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눈에 띄게 화색이 돋는 표정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내가 화장실을 정복한 것만 같아."


그는 매일 아침 출근한 뒤 1시간이 지나면 화장실에서 용변을 봤다. 이는 그에게 습관을 넘어 반사적인 행동이 되었는데, 대변이 나오지 않더라도 화장실에 가는 것이 어느새 몸에 입력되어 찌뿌둥한 신체를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도서관의 화장실 대변 칸은 두 칸이었고 사람이 많지 않은 구석진 곳의 도서관이었기에 언제나 자리는 비어있었다. 여느 때처럼 시간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 그는 앞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노파를 보았다. 노파가 소변을 보면 J는 대변칸에 들어갈 예정이었고, 노파가 대변칸에 들어서면 J는 소변을 보려 했다. 노파는 건들거리는 건지, 혹은 다쳐서 불편한 건지 모를 모양으로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구석의 소변기에 서자 J는 기분 좋은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대변칸에 들어섰다.


그에게는 충분히 내보낼 소화물이 없었으므로, 그 공간은 J에게 자유만이 남은 공간이었다. 침범당하더라도 이의제기할 수 없던 바깥과 달리 이곳은 신변보호를 법적으로 강제한 명명백백한 자유의 공간이었다. J는 말했다.


"<쇼생크 탈출>의 레드가 얼마나 안타깝게 느껴지던지. 레드는 석방되고 나서도 일하면서 상사에게 화장실에 갈 때마다 허락을 구하려고 하잖아.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상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하지. '그냥 가면 되지 왜 매번 물어보냐. 여긴 감옥이 아니다.'... 그래, 그거야! 언젠가 화장실을 허락받고 가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대감옥의 시대, 대변의 파놉티콘이라 불러도 좋을 거야."


"막혀서 똥물이 넘치면 큰일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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