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종결되지 않으므로

담쟁이넝쿨과 붉은색

by작은 사슴

하늘이 붉게 타고 있을 즈음 다음 주에 진행될 시 모임의 주제, 붉은색에 대해 떠올렸다.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작열하여 타올라 기어코 붉은 상흔을 남겨놓고야 마는, 어쩌면 검붉은 빛의 잔향, 사람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피가 흐르는 사람이 어찌 시인이 아니게 될 수 있을까 하며 내게 상처 입혔던 그녀를 떠올렸다.


유난히 유연했던 K, 그녀는 이미지와 상반되는 매력으로 존재를 빨아들이던 여자였다. 그녀의 몸짓은 어느 하나 보일 것을 상정하고 행해지던 연극의 일부였으며, 그녀 옆에 서 있는다는 건 극에 초대된 맨 앞줄의 관객으로서의 당혹스러움과 떨떠름함, 또한 묘한 기대감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K의 미소, K의 옷, K의 눈빛, 그녀의 심상을 떠올리려 하면 할수록 멀어져 흩어져버린다는 것이다. 몸짓과 상처는 그렇게 선명한데도 더 이상 그녀는 실제가 아닌 심상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흐릿한 상으로만 기억될 뿐이었다.


K는 분명 죽지 않았다. 실제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 어딘가에 금빛 원석을 품고 있는 경우는 대게 사랑을 주었던 이의 상처 주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를 떠올릴 때마다 어김없이 피가 솟구쳤다. 피 안에 그녀가 살고 있다고 말해도 될 터, 이미 K는 나의 일부가 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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