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예금 활용 기준

금융 자산의 리밸런싱을 위한 확고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by이현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엔비디아의 주요 부품으로 수급되면서 기업 가치의 저평가와 더불어 미래 가치 상승으로 주식 시장이 폭등하는 사례가 있었다. 국민들 모두가 삼전하닉을 외치며 이미 10배나 오른 기업의 주식을 너도 나도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산의 증식에 진심이다.


필자라고 다를 리 없다. 하이닉스가 2만 원도 안 하던 시절부터 주식을 하고 있었지만 주식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지 못했던 터라 기업의 가치를 알지 못했고 그것은 그대로 하이리스크로 돌아왔다. 목돈을 모으는 데 있어 명확한 일정이 있었고 리스크를 안지 않아도 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더 큰돈을 주식 시장에 투자하지 못했다. 마음이 급한 상태로 하는 주식은 매우 위험하다. 소위 단기 투자를 반복하며 복리로 돈을 잃어 가는 경험을 하고 나면 증권사 앱을 삭제하는 걸로는 분이 삭히지 않을 정도다. 지금까지 손실을 봤던 금액만 모두 따지만 천만 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얻은 날도 많았고, 자칭 차트 고수라고 으스대던 시절이 있었지만 본질을 보지 못한 투자는 초심자의 행운 그 이상의 것을 내어 주진 않았다.


뼈 아픈 경험을 통해서 주식 시장에서의 수익 실현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안정적이면서도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투자에 관련된 바카라을 읽기 시작했고 장기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갔다. 당연히 접하게 된 워런 버핏, 찰리 멍거와 같은 가치 투자에 접근하게 되었고 배당과 지수 투자에 대한 매력에 매료되었다. 시간을 들일수록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자산은 복리로 늘어나는 마법을 나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 예금 돌리기를 할 때는 연 수익률 5%에 육박했기 때문에 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임대 사업의 월세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6%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없는 투자치곤 꽤나 훌륭한 투자 수단이었다. 하지만 고금리가 항상 유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종료되며 물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물가 안정을 핑계로 올랐던 기준 금리는 하향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에서 결정하는 기준 금리는 미국의 연준(FED)에서 결정하는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연준은 미국의 각 지에 있는 12개의 연방준비은행(FRB)들이 모여 미국의 금리 조정, 화폐량 조절 등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권력이 막강한 중앙 조직이며 한국은행과 같이 별도의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 연준은 매달 FOMC 회의를 통해서 중대 사안을 논의하는데 앞서 예를 들었던 금리 조정, 화폐량 조절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경제가 멈추었을 때에 세계가 주목한 것도 이 FOMC 회의다.


FOMC를 통해서 결정된 금리 인상 혹은 인하, 양적 완화 등은 모두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도 이 영향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에 따라 변화하는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도산업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고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원자제 수입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래서 기축통화인 달러의 강세/약세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통화와 금리를 조절해야만 물가 안정과 더불어 국내 산업 전반에 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기준 금리가 변한다는 것은 기준 금리에 따른 은행의 예금 금리가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금 금리는 예금을 장려하고자 할 때 높게 유지되며 충분한 예금액을 도달하면 서서히 내려간다. 예금액이 많아지면 은행은 대출해 줄 수 있는 자본이 늘어나는 것이므로 대출이 활발해지고 이는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도 늘어나게 한다. 즉, 경제 전반에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은행은 그 대가로 대출 이자를 취한다. 따라서 대출 이자는 예금 금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반박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집 살 때 받은 대출을 예금 금리보다 훨씬 낮은데?"라고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보이고 실제로 저렴한 이율로 대출을 받는 것이지만 그런 경우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 상품이다. 디딤돌 대출이 대표적인 예인데, 은행에서 일부 금액과 정부에서 일부 금액을 더해서 대출 총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예금 금리보다 높은 대출 금리를 설정해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을 합한 총액의 이자율은 그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마련할 때는 최대한 정부의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활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필자도 디딤돌 대출을 활용해서 내 집을 마련했다.




이제 다시 예금 금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가 보겠다. 예금이라는 상품은 은행에서 만들어낸 것이고 은행의 예금 잔고를 늘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급하게 마련하는 경우에는 고금리 적금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역 은행이나 저축 은행과 같은 2, 3 금융권의 경우 예치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1 금융권보다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런 경우에는 예치 가능한 금액의 상한선이 있고 가입 기간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입 전에 충분히 해당 상품에 대해서 잘 따져보고 본인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예금 금리는 기준 금리를 따라서 변동하지만 안정성면에서 꽤 괜찮은 투자처이긴 하다. 물론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얘기가 조금 다르지만 목돈 모으기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는 작은 이자율이라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예금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저금리 시대와 같이 1~2% 금리인 경우에는 예금도 그 효력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워낙에 저금리이기 때문에 1~2% 수익은 안정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도 적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투자 수단이 필요해진다. 예를 들면 배당이나 분배금 같은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예금 금리를 기준으로 안정형/공격형 투자 자산을 밸런싱 하기로 했다. 다년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내가 잡은 예금 금리 기준은 3%이다. 3%를 기준으로 아래로 내려가면 공격적인 투자에 비중을 두고, 반대로 올라가면 안정형 투자에 비중을 조금 더 가져간다. 100% 치우치는 투자는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다.


최근 기준 금리가 2.75%로 0.25% 오르면서 은행들이 모두 예금 금리를 인상시켰다. 1 금융권도 3% 이상의 예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앞서 다루었던 삼전하닉 투자열풍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보였다. 대출이 늘었다는 것은 은행의 예치금이 다시 줄었다는 의미다. 은행은 다시 예치금을 채워야 한다. 예금 금리가 올라가야 대출 금리를 올릴 명분이 된다. 예금자에게는 혜택이 되고 반대로 대출자에게는 지옥문이 열린다.


예금 금리 3%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면 언제나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 자산을 축적하는 행위와는 반대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산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판단의 기준이 모호하다면 내 자산의 성장이 더뎌지는 것은 물론이고 역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다. 자산의 성장은 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법이고 단단하게 세워둔 기준이 없다면 시간이 만들어 주는 가치를 놓치게 될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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